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 삭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삭제된 문건 성격'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전지방법원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를 받는 산업부 A씨를 포함한 산업부 국·과장급 공무원 3명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무원들 변호인 측은 검찰에서 주장하는 삭제된 문건 성격·해당 문서 완성도 여부 등에 관해 산업부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9일 열린 첫 공판에서도 변호인은 "삭제했다는 자료가 530개라고 하는데 그 중 월성 1호기 관련 건은 53개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무원 대부분이 최종파일 작성 전 수시로 문서를 저장한다"며 "최종 이전 것을 지웠다는 사실만으로 죄를 묻는다면 대한민국 공무원 모두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를 범하는 것이냐"며 강하게 의문을 나타냈다.
이날 재판에서도 변호인은 "삭제 자료를 공용전자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자결재를 거친 문서가 아니고 수시로 삭제 가능한 중간 단계 버전인 데다 (다른 직원에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남은 자료였다"며 "이를 삭제했다는 이유로 죄를 묻는다면 대한민국 공무원 모두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산업부 의견 조회에 대해 "산업부 공무원에 대한 이번 수사 성격상 자칫 피고인에게 우호적일 수 있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사실조회 신청을 다 반대하는 게 아니고, 대상이 되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의견서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며 "개인 주관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재판부에서 수용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일단 재판부는 산업부에서 관련 회신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검찰 의견도 이해하나 결국 재판부에서 모든 내용을 취합한 뒤 객관적 판단에 따라 살피면 될 사안"이라며 "변호인 측 사실조회 신청 채택 여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서 작성 실무자였던 피고인에게 삭제 파일 내용 등을 확인하라며 2개월가량 시간을 줬다. 이에 따라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6월 22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