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재계에 따르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동석한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실상 정부에 사면을 공식 건의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을 잘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도 지난 15일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오 군수는 벌써 두 차례나 사면을 요구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지방 투자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주요 대기업 CEO들에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을 특별히 당부했다. 삼성으로선 미국에 이어 우리 정부의 투자 압박까지 받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양국의 투자 요구에 부응해 내달 중순 한·미 정상회담에 즈음해 50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총수 부재 상황에서 섣불리 확언할 수 없는 게 현재 삼성의 처지다.
당장 이재용 사면론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통상 특정인 사면론은 광복절이나 석가탄신일, 성탄절 등을 앞두고 제기되는데, 이번의 경우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부쩍 경제계와의 소통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깜짝 사면’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12월 31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1인 특별사면’을 단행한 바 있다. 선고 4개월 만에 이뤄진 파격적인 사면의 명분은 IOC 위원인 김 회장의 동계올림픽 유치 역할론이었다. 최근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는 점은 사면론에 있어 난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충수염 수술로 한 차례 미뤄졌던 ‘삼성물산 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 첫 공판기일인 22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