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된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은 부동산 비전문가이지만 향후 1년간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을 잡아야 하는 중차대한 숙제를 안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매수 심리가 살아나 서울 집값이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노형욱 내정자가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16일 개각을 발표하면서 노 내정자를 차기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기재부 출신이 국토장관 자리에 오른 것은 박근혜 정부 말기 강호인 전 장관 이후 약 4년 만이다.
노 내정자는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재부 전신인 기획예산처에서 예산기준과장, 재정총괄과장, 기재부 행정예산심의관, 사회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차관보) 등 예산 관련 주요 업무를 두루 역임했다.
청와대는 기재부 업무에 세제 등이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있고, 국조실이 정부 부처 일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노 내정자는 국토부 현안에 대해 충분히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사활을 걸고 '공공 주도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부동산 비전문가를 국토부 수장으로 앉힌 점에 의문이 떠오른다. 문재인 정권이 임기 말 레임덕에 진입하면서 정책을 끌고 해법을 제시할 구원투수 대신 무난하게 임기를 마칠 패전투수를 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석준 국민의힘 부동산시장 정상화 특위 위원장은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있는 명의가 절실한데 '부동산 문외한'의 무난한 관료를 발탁했다"며 "적당히 임기 때우고 가려는 무사안일하고 무책임·무능한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비난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당장 앞으로 1년간 집값 잡기가 취임 후 최고 현안이 될 전망이다. 패닉바잉을 잠재우고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다스려, 문재인 정권의 정책을 잘 마무리하는 게 노 내정자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정부가 최근 새롭게 제시한 공공 주도 도심 고밀 개발사업의 차질 없는 수행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야당 출신 지자체장들이 공격을 퍼붓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 가격공시 제도, 가덕도 신공항이나 제주 2공항 등 지방 공항 개발 등 쌓여 있는 교통 현안도 노 내정자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노 내정자는 새로운 정책보다는 기존에 나온 정책을 시간표대로 추진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과 과제가 너무 많은 데다가 정권 말기인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 내정자가 현 정부 임기 막바지의 주택 공급과 부동산 가격 안정화라는 과제를 맡게 된 만큼 서울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오 시장과의 공조가 매우 중요해졌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노 내정자가 관료 출신의 행정 전문가인 만큼 오 시장과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은 최근 공시지가 현실화, 서울 주택공급 대책 등을 놓고 정부와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데 공공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한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보다는 갈등 조정 능력에 탁월한 노 내정자와 ‘궁합’이 더 맞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 국토장관 내정자는 현안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서울시와의 정책 공조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서는 서울시와 국토부가 갈등을 빚지 않고 합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국토부가 공공만 고집하기 보다 서울시의 민간 재정비 활성화 방안을 정책에 녹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서울시의 방향이 달라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결국 부동산 안정이 목표인 만큼 서울시장과 국토부 장관이 양보하고 합심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