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범계 장관은 김학의 사건의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를 두고 연일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강경한 목소리는 다음날도 이어졌다. 박 장관은 검찰발 언론 보도와 관련 지난 7일 "원칙적으로 수사 과정도 밝혀지면 안 되지만 혐의가 일부 나오는 건 상당히 곤란하다"며 "이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정도까지 왔다"고 힘줘 말했다.
나아가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박 장관은 12일 "현실과 이상을 잘 조화시키는 피의사실 공표죄 개선과 제도 개선 문제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본인 페이스북엔 "피의사실 공표 하면 노무현 대통령님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피의사실 공표가 관심을 끌게 된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엔 니 편 내 편 가리지 않는 제도개선, 반드시 이루자"고 했다.
조남관 직무대행은 박 장관 지적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검찰에 '정치적 중립성'을 당부한 게 사실상 유일한 발언이다.
조 직무대행은 이날 열린 대검 부장회의에서 "선거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념하면서 공직자로서 처신과 언행에 각별히 주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종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라"고 했다. 정치적 중립을 새삼 강조한 건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의식해서로 보인다.
일선 검찰도 조 직무대행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안을 두고는 조용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대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김 전 차관 관련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일선청에서 보도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난 5일 수원지방검찰청에, 6일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각각 진상 확인을 지시했다.
지난달 26일 전국 검찰청에 '형사사건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도 수사 내용이 노출되자 직접 진상 확인을 지시한 것이다. 여기에 박 장관 비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변필건 부장판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김 전 차관 사건을 부풀렸다는 의혹 수사를 맡고 있다. 이정섭 형사3부장이 팀장인 수원지검 수사팀은 김 전 차관 긴급출금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은 형사1부 수사팀에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