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따라하기가 약점…고유 색깔로 '1류' 도전"

2021-04-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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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전공 공부만 하느라 세상 몰라"

"성적지상주의 타파…인성·리더십 키울것"

디지털인문사회학 개편 AI·빅데이터 활용

기술사업화 조직 민영화…연 1000억 목표

다양성높여 국제화, 경영혁신해 신뢰확립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카이스트 제공]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 총장이 8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50년을 위한 대학교육 청사진으로 '신문화전략 큐카이스트(QAIST)'를 제시했다. 그는 질문하는 인재를 기르는 교육, 남들과 다르게 접근하고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는 연구, 인종·성별 다양성 증대와 다학제 연구를 위한 국제화, 학생들이 꿈을 키우고 대학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기술사업화, 학생 인성교육과 대학 청렴도를 높이는 신뢰확립, 5가지에 중점을 둔 조직·정책 개편을 예고했다.

이 총장은 "카이스트의 지난 50년은 국민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큰 성과를 거뒀다"며 "그간 성공 전략이 (선도자) 따라하기인데 이는 우리가 성장한계를 맞게 한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 50년을 위해 국가와 인류를 위한 고유한 컬러(color)를 갖는 세계 10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다"며 "삼성의 성공을 분석해 보면 결국 내부구성원을 교육하고 '완벽하게 일한다', '시시한 일 하지 않는다'는 의식혁명으로, 카이스트도 이렇게 세계 1류 문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큐카이스트의 Q는 질문하는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이 총장은 "자신이 국가·인류를 위해 어떤 일을 할지 잘 모르는 학생이 많은데 (그런 걸 하겠다는) 큰 꿈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꿈이 있는 학생은 교수가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방법을 찾기 위한 공부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넓은 세상과 인간에 대해 학생들이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교육의 방법"이라며 "카이스트의 문제는 학생들이 전공 공부를 너무 많이 해 적게 생각하고 세상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교수들에게 전공 공부를 10% 정도 덜하고 그 시간에 인성·리더십 교육을 하자고 했다"며 "성적 우등상 외에 질문왕·도전왕·독서왕·봉사왕 등을 총장상으로 만들어 성적지상주의를 타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미술관을 건축해 과학·예술 융합을 촉발시키고, 전공수업마다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게 하고, 실패의 두려움 없이 다음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실패연구소'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중요한 인문융합교육을 위해 인문사회학부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인문사회학부'로 개편할 것"이라며 "20년뒤 독특한 색깔을 갖는 학교의 세계 최고 학과가 돼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큐카이스트의 A는 남들과 다르게 접근하고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는 발전적인 연구(Advanced Research)를 뜻한다.

이 총장은 "연구실마다 하나씩 '세계 최초'를 연구하는 '1랩 1최초' 운동으로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을 우대하겠다"며 "정의한 문제를 따라 푸는 '하우(How)'에서 스스로 정의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 '왓(What)'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AI 연구를 해야 하고 이미 아시아 1등으로 잘 하고 있지만 그에 머물면 안 된다"며 "10년·20년 뒤 AI가 일상화된 세상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뭘 원할지 알고 지금 준비하는 '포스트(Post) AI' 연구를 지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포스트 AI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바람을 알려면 인간과 세상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면서 "향후 4년간 포스트 AI 연구를 준비하기 위한 교수진 100명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이스트에서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은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이 총장은 카이스트의 국제화 대학 평가가 최하위라는 점을 언급하며 "다양성을 증대해야 한다"며 "학교 안에 외국인 교수·학생을 늘리고 여성 교수진을 확대하며 1랩·1외국인 학생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환학생제도, 해외연구개발(R&D)센터 구축, 교수·학생 해외파견 등 '해외진출사업'과 유명대학 공동연구센터 설립, 연구 글로벌 사업화, 중점분야 해외 집중홍보 등 '국제공동연구' 등 두 축으로 대학 국제화 추진을 예고했다.

큐카이스트의 S는 스타트업(Start-up) 창업을 통한 기술사업화를 뜻한다.

이 총장은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 기업에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이 다른 사람이 돼 돌아와서는 "책상 하나마다 회사를 하나씩 만들었다, 이들이 성장해 연매출 3조원, 일자리 7000개 이상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기술사업화를 장려할 뜻을 밝혔다.

학내 창업지원제도를 재설계하고 카이스트의 기술사업화 조직을 민영화할 계획이다. 기술사업화 수입을 100억원 수준에서 10년 뒤 1000억원 규모로 늘려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외국인 교수 유치·장비 도입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큐카이스트의 T는 '신뢰(Trust)' 확립이다. 대학의 신뢰가능한 인재양성, 재정운영, 경영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총장은 "신뢰 기반 재정운영을 통해 1일 1억원의 기부금을 유치하겠다"며 "과감한 위임을 통한 자율책임경영, 청렴도 개선위원회를 통한 청렴도 향상 등 경영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삼성이 소니를 압도하고 하이닉스가 인텔과 경쟁하며 한국 뮤지션인 BTS가 미국 빌보드차트를 정복하는 등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을 보고 있다면서, 카이스트도 지금 결심하면 미국 MIT에 견줄만큼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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