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오는 내 아들이나 다름없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니오(중국명·蔚來·웨이라이) 차주 천양(陳昂)이 중국 현지 자동차 전문잡지 중국기차화보(中國汽車畫報)에 한 말이다.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 니오를 떠받치는 팬덤 경제의 모습이다.
산업계 팬덤경제 원조는 애플이다. 전 세계 7억명 '애플빠'는 오로지 애플 생태계에만 머물기를 원한다. 니오의 강력한 맞수 글로벌 전기차 1위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선 ‘테슬람’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애플과 테슬라, 공통점은 소비자가 제품을 일종의 생활방식과 감성의 아이콘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니오도 마찬가지다.
◆ "종교급 팬덤" 형성···'니오教'라는 말까지
천양도 열렬한 '니오교 신도'다. 그의 집에 있는 니오 차만 모두 4대다. ES8, ES6, EC6 모델까지, 종류별로 갖췄다. 천씨가 주변에 니오차를 소개한 사람만 300여명. 이 중 100명은 실제 구매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천씨는 올초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연중행사 '니오데이'에 참석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약 2000㎞ 되는 먼길을 직접 운전해 갔다. 천씨 정도면 약과다. 광둥성 선전의 니오 차주 100여명은 니오데이 참석을 위해 아예 전세기를 통째로 빌렸다. 기장, 승무원까지 모두 니오 차주로 채워졌다. 당시 승객들이 전세기에서 벌인 ‘공중 파티’ 영상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니오차 판매도 팬덤경제를 바탕으로 한 입소문이 뒷받침되고 있다. 니오는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4만3700대 차량을 판매했는데, 신규 구매자 절반이 모두 천씨 같은 기존 고객의 '추천'으로 구매한 사례라는 게 니오 측 설명이다.
◆ "팬덤이 니오를 살렸다"
특히 니오의 팬덤이 영향력을 발휘한 건 2019년 니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다.
2019년은 니오에게 ‘악몽 같은 해’였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가뜩이나 부진한 가운데 차량 화재 사고로 니오는 중국 내 판매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차량을 리콜했다. 고위 임원진이 이탈하고, 주가는 1달러 대까지 폭락하며 뉴욕거래소 상장 1년여 만에 퇴출 위기에 놓였을 정도다.
9500명에 달하던 직원은 감원으로 7500명까지 줄었다. 그해 적자액도 114억 위안(약 2조원)이 넘었다. 니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등 인수설에도 휘말렸다.
그때 구원투수로 나선 게 니오 차주들이다. 2019년 1~3분기 누적 판매량은 고작 1만2000대였는데, 4분기 판매량이 무려 8224대로 증가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기존 차주들이 이 중 절반가량인 4000여대를 구매한 것이었다. 리빈 창업주는 당시 “팬덤이 니오를 살렸다”고 표현했다.
중국기차화보는 니오 차주들은 '사생팬'과 다름없다며 아우디·BMW 차주보다 충성도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니오와 관련된 악재가 터지면 최전방에 나서서 여론전을 펼쳐 회사 홍보팀이 나설 필요도 없을 정도라고 했다.
◆ "배터리 충전 대신 교체"···전기차 혁신 선두
니오는 2014년에야 설립된 중국 신생 전기차 기업이다. 그런데 어떻게 애플빠, 테슬람 부럽지않은 팬덤경제를 형성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이용자 체험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웠다. 니오는 차주들이 항상 관심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끔 체험 서비스를 중요시 여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지난해 8월, 배터리 서비스, 이른바 '바스(Baas: Battery as a Service)'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다는 단점을 보완해 아예 배터리를 교체해 주는 혁신 서비스를 마련한 것이다. 바스는 이미 전기차 업계의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배터리 교체에 걸리는 시간은 단 3분. 차주들은 모바일 앱으로 배터리 교체를 신청해 배터리 교체소를 찾으면 된다. 굳이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분리해 판매하니, 차값도 약 7만 위안(약 1100만원)이나 저렴해졌다.
배터리 교체는 월 4회까지 무료로 제공하며, 배터리 교체 정액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달 980위안으로 월 15회까지 배터리 충전 혹은 교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 니오차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바스를 선택했다.
니오는 배터리 교체소도 곳곳에 설치해 차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3월말 현재 니오 배터리 교체소는 전국에 모두 199곳에 달한다. 특히 올해만 베이징에 50곳을 비롯해 전국에 300곳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 나날이 진화하는 서비스 "고객 피드백 적극 반영"
이처럼 니오는 고객 체험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단순히 차량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게 니오의 특징이다.
'걱정없는 서비스', 이른바 워리프리 서비스(중국명:無憂計劃)도 그중 하나다. 연간 1만3000~2만3000위안만 내면 차주들은 차량 손해보험, 타이어 교체 출장서비스, 차량 수리배송, 정기검사, 데이터 제공 등 차량 유지 관리 서비스를 원하는 대로 골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차량 기능도 수시로 업그레이드 된다. 니오에 따르면 기기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한 펌웨어 오버더에어(OTA) 시스템은 2018년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모두 43차례 업데이트됐고, 289개 기능이 강화됐으며, 136개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 대부분이 이용자 피드백으로 이뤄졌다.
예를 들면 2018년말 겨울 동북3성 차주가 빙판길에서 바퀴가 공전한다는 불만을 제기하자 즉각 차주와 기술 엔지니어를 1대1 연결시켜줬다. 1년 가까운 지속적인 소통과 테스트를 통해 이듬해 업그레이드된 니오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OS)에 '스노(빙설) 모드'가 추가됐다.
◆ "니오는 車 그 이상···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차주들에게 니오는 일종의 생활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게 니오체험센터로 불리는 니오하우스다. 중국어론 '뉴우(牛屋)’다. 니오와 발음이 유사한 한자 '뉴(牛)'에서 따왔다. '牛'는 중국에서 '쩐다, 핫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실제 이곳은 이름만큼이나 핫하다.
니오하우스는 각 도시 랜드마크 빌딩에 입주하는 게 철칙이다. 2018년 4월 오픈한 제1호점은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 동팡플라자에 위치해 있다. 기존의 딜러 매장이나 전시장과 달리 차주들이 함께 교류하는 장소다. 이곳에선 자녀 아이큐개발수업, 음악라이브 공연, 수공예 교실 등 각종 활동이 이뤄진다. 차주들은 니오를 사는 게 "생활방식을 선택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다.
◆ '팬덤경제' 양날의 칼···테슬라 최대 맞수
하지만 니오의 최대 경쟁자는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의 글로벌급 팬덤경제는 니오를 압도한다.
게다가 테슬라의 중국 시장 열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테슬라는 올 1분기 전 세계에서 모두 18만4800대 차량을 인도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중국 시장 매출이 뒷받침 된 덕분이다. 특히 2019년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짓고 중국산 테슬라까지 내놓으면서 현재 테슬라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할 정도다.
니오가 팬덤을 유지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오의 지난해 전체 판매 마케팅 관리비용은 39억3230만 위안이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R&D) 지출 24억8000만 위안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고객과 소통을 위한 직영 매장 운영 비용이 크다. 지난해 11월말까지 중국 전역에 모두 18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9년 한해 매장 임대료만 7억3800만 위안에 달했다. 2018년의 2배 수준이다. 더군다나 올해 배터리 교체소를 공격적으로 설립하면서 지출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니오의 지난해 적자액은 53억400만 위안에 달했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어든 수치지만, 중국 다른 전기차 신흥기업인 샤오펑(27억3200만 위안)과 리오토(1억5200만 위안)와 비교하면 여전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