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미중 양자기술…"창과 방패의 전쟁"

2021-03-25 04:00
  • 글자크기 설정

美 양자컴퓨터 vs 中 양자 암호통신

"묵자호(양자위성), 주장(양자컴퓨터)···" 中 '양자굴기' 잇단 성과

"퀀텀시텍·오리진퀀텀·스핀큐···" 양자굴기 주도하는 中기업들

"양자 빗, 양자 마스크…" 악덕상술 '가짜' 양자기업도

양자 기술[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자 기술 방면에서 중국이 선두적 위치에 있다." 

최근 닛케이아시안리뷰(NAR)가 중국 양자 기술에 내린 평가다. 미국이 그동안 반도체 등 다양한 기술에서 세계 선두주자였지만, 양자 기술에서 만큼은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했다. 양자 기술이 미·중간 미래 기술패권 핵심 분야로 떠오른 모습이다.
 
◆ "창과 방패의 대결" 美 양자컴퓨터 vs 中 양자 암호통신
실제 올해 미국과 중국 양국 정부가 모두 집중 육성해야 할 핵심 기술로 손꼽은 게 양자 기술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달 초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을 통해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이 경제·안보·고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양자 기술 개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달 초 중국도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 AI와 양자컴퓨팅, 반도체 등을 7대 전략적 중대 과학기술로 꼽았다. 

양자 기술은 더는 쪼갤 수 없는 물리학 최소 단위인 양자의 특성을 보안·초고속 연산 등에 적용해 기존보다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이다.  

양자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양자컴퓨팅, 양자 암호 통신이다. 둘은 칼과 방패의 관계다.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보다 더 빠른 초고속 대용량 연산을 가능하게 해 기존의 모든 암호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창'이라면, 양자 암호 통신은 빛 양자(알갱이) 입자인 광자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절대 뚫릴 수 없는 '방패'라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미국은 양자컴퓨터, 중국은 양자 암호 통신 분야에서 각각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이는 구체적인 통계에서 드러난다. 정보분석업체 밸류넥스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방면에서 미국 IBM사는 140개 특허를 보유하며 선두를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81건으로 3위, 구글은 65건으로 4위를 차지했다.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IBM·MS·구글이 나란히 세계 1, 2 ,3위에 올랐다.

반면 양자 통신 암호 방면에서는 중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양자 통신 암호 방면 하드웨어 관련 특허 보유량에서 화웨이가 일본 도시바에 이어 세계 2위를, 베이징 우전대학은 4위를 각각 기록했다. 양자 통신 암호 소프트웨어 부문에선 1~5위 모두 중국이 독차지했다.

양자 기술 방면 전체 특허 건수로도 중국(3074건)이 미국(1557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NAR이 "1957년 소련의 첫 인공위성 발사 이후부턴 미국이 줄곧 안보 관련 기술에서 우위를 점해왔다”며 “하지만 양자 기술 시대에서는 다르다”고 평했을 정도다.

[아주경제 DB]

 
◆ "묵자호(양자위성), 주장(양자컴퓨터)···" 中 '양자굴기' 잇단 성과

중국 지도부가 양자 통신 암호 방면에서 본격적인 기술 육성에 나선 데에는 2013년 ‘스노든 게이트’가 촉매제가 됐다. 당시 에드워드 스노든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 세계 도·감청 실태를 폭로했다. 중국 정부로선 도·감청 방지 없이는 미국과 사이버전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은 13차5개년계획(2016~2020년) 과기혁신 계획에 양자통신 및 양자컴퓨터 발전을 집중 발전시켜야 할 주요 과학기술에 포함시키며 양자 기술 개발에 속도를 냈다. 

정부의 지원사격 속 중국은 그야말로 '양자 굴기'를 이뤄내고 있다.  2016년 세계 최초 양자 위성통신인 ‘묵자호’를 발사한 데 이어 2017년엔 베이징~상하이를 잇는 세계 최장 2000㎞ 구간에 유선망을 구축해 양자 암호 통신에 성공했다.

올 초엔 하늘과 땅에서 총 4600㎞에 걸쳐 유무선으로 양자암호통신을 주고받았다. 이 같은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도 공개됐다. 안후이성 허페이에선 세계 최대 양자연구소가 올해 가동된다. 총 투자액만 70억 위안을 들였다.

중국 양자 통신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중국 첸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양자통신 시장 규모는 345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9.7% 증가했다. 연구원은 2023년까지 양자통신 시장 규모가 805억 위안(약 1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중국은 양자컴퓨터 방면에서도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진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시제품 '주장(九章)'이 그것이다. 연구진은 슈퍼컴퓨터로 6억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연산 문제를 주장이 단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미국 사이언스지에도 실렸다.

이는 구글의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보다 100억배 빠른 것이다. 지난해 10월 구글은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퀀텀시텍·오리진퀀텀·스핀큐···" 양자굴기 주도하는 中기업들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기업들도 양자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양자통신 간판주 궈둔양자(國盾量子, 퀀텀시텍)가 대표적이다. 중국과학원과 중국과학기술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해 설립했다. 중국 양자통신 아버지 판젠웨이(潘建偉)도 지분 8.2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판 나스닥 커촹반에도 상장했다.  또 다른 양자기술 업체 궈커양자(國科量子)도 중국과학원과 중국과학기술대가 함께 만든 기업이다. 

양자컴퓨터 방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번위안양자(本源量子, 오리진퀀텀), 량쉬안과기(量旋科技, 스핀큐), 궈이양자(國儀量子, CIQTEK)이 '양자컴퓨터 3인방' 기업으로 꼽힌다. 

번위안양자는 2017년 9월 설립된 중국 대표 양자컴퓨터 기업이다. 올해 2월 중국 첫 양자 운영체제(OS) 시스템 '오리진 파일럿 OS'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양자컴퓨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용자가 실용적인 응용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운영체제다. 이미 영국·미국 등에서는 개발됐지만, 중국에선 최초다. 

지난해  중국 시장조사업체 IPR데일리와 인코펫 혁신지수연구센터가 공동 발표한 '글로벌 양자컴퓨팅 기술 발명특허 순위 톱100'에서 7위에 올랐다. 전년도 12위에서 다섯 계단 껑충 뛰며 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1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 16일 황웨이 중국 과학기술부 차관 일행이 직접 이곳을 시찰해 양자기술 개발을 적극 장려하기도 했다. 올 초엔 중국 국가인터넷투자기금 주도로 수억 위안 규모 A시리즈 펀딩에도 성공했다. 

광둥성 선전 소재 량쉬안과기는 2018년 8월 설립됐다. 중국 명문 칭화대와 중국과기대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했다. 올 초 2000만 위안 A+ 시리즈 펀딩에도 성공했다. 반년 새 모두 세 차례 펀딩에 성공했을 정도로 전도 유망한 기업이다. 

이밖에 2016년 12월 중국과학원 실험실에서 탄생한 궈이양자도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흰머리도 안나게 해주는 양자 빗?" '가짜' 양자기술 경고 목소리도
중국 정부가 워낙 양자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다보니 최근 중국에서는 ‘양자’를 내걸고 돈을 벌려는 장사꾼까지 생겨났다.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양자'를 검색하면 양자 화장품, 양자 비료, 양자 빗, 양자 담뱃갑, 양자 신발밑창, 양자 휴대폰 케이스, 양자 생수까지, '양자'를 갖다붙인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양자에너지파가 인체생물전기와 공진을 일으켜 피부 속 깊숙이 영양을 공급한다(마스크)", "양자얽힘 원리를 이용해 양자 에너지와 농작물이 공진을 일으켜 비료 흡수율을 90%까지 높여 해충의 산란을 막는다(비료)", "모낭 청소·노폐물 제거·탈모 치료는 물론 흰머리도 검은머리로 바뀐다(빗)". 하나같이 광고 문구에서 '강력한 효과와 기능'을 자랑한다. 대신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훨씬 비싸다. 

중국 기업정보업체 톈옌차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중국 전국 각지에서 '양자 기술' 간판을 달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기업만 2100여곳이다. 양자 역학원리를 화장품·농업·식품·패션·자동차·스포츠 등 다방면에 걸쳐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관영언론까지 나서서 '가짜' 양자기술을 경고하고 나섰다. 양자에너지파나 양자얽힘 현상을 실생활과 연관시키는 건 억지로,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만큼 소비자들은 기업 상술에 속지 말라고 당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