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고용 지표의 파장을 소화하면서 주 초반 방향을 잡아나갈 전망이다.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미국의 신규 고용자 수에 국제 금융 시장이 어떻게 반응 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노동부가 현지 시간으로 2일 발표한 3월 비 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91만6천 명이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60-70만 명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에서 켜지고 있는 가운데, 고용 시장도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더해진 것이다. 이번 지표는 특히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정책 결정시 중요한 판단 지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금융 시장에선 당장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하면서 1.7%대로 복귀했고 덩달아 미국 달러화도 강세를 나타내는 반응이 나왔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이후 줄곧 1120원대 후반 레벨에서 거래되며 지난주말 종가(1127.50원)와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환율 시장은 굵직한 수급 변수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우선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 시즌이 도래하면서 서울 외환시장도 본격적인 배당금 시즌에 접어든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급 받은 배당금을 역송금하면서 발생하는 달러 매수 수요가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외국인 배당금만 7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삼성전자의 배당금 지급일이 다음주(16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챙길 몫만 15조원이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금액이 모두 환전된다고 가정하면 서울 외환시장 하루 거래량의 2배에 해당하는 160억 달러 이상의 물량이 서울 환시에 유입될 수 있다.
반면 서울 환시에 유입될 달러 공급 물량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국내 수출이 전월 대비로 16% 이상 증가하면서 500억 달러를 다시 돌파하는 등 수출 업체들이 내놓을 물량은 여전히 충분하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중공업체들이 잇따라 대규모 수주를 따내고 있어 시장참가자들은 이와 관련된 달러 매물도 의식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주에만 1조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한 것도 서울 환시에서는 달러 매물을 증가시킬 요인이다.
사실 지난 몇 년 전부터 서울 외환시장에서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본격적인 배당금 시즌에 앞서 널리 의식되기 시작하면서 이에 따른 환율 영향이 반감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수출 업체 등 달러를 팔아야 할 주체들이 배당금 역송금으로 환율이 오르기를 기다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역송금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여전한 네고 물량 등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배당금 시즌이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1080원까지 하락하는 등 뚜렷한 원화 강세 국면을 나타냈으나 이후로는 반등해 1100원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미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3월 초에는 잠시 1140원을 뚫기도 했다가 그 뒤로는 1130원을 중심으로 1120원과 1140원 사이에서 박스권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미국 고용지표 서프라이즈와 충돌하는 수급 사이에서 이번 주 환율이 이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