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단시간 내 민심을 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만약 실현될 경우, 지역 내 부동산 가격을 비롯한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일정 수준의 표를 끌어모으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시각에서 금융당국이 육성 중인 ‘아시아 금융허브’ 전략에는 치명적이다. 금융허브의 핵심 요건은 밀집된 인프라인데,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면 이 부분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선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란 핀잔도 나온다. 기존 금융기능을 여의도로 더욱 밀집시켜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흩트리는 건 철저히 정치적 잇속만 고려한 처사란 지적이다.
이는 선거 시즌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돼 온 고질적인 패턴이다. 작년 4.15총선 당시에도 관련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시장을 한 차례 크게 어지럽혔던 적이 있다.
이 틈을 타 주변 경쟁국가들은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등은 정책금융기관을 수도에 집결해 금융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강제로 국책금융기관을 이전하거나 이전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 악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정부와 서울시가 관련 육성 방안을 활발히 내놓고 있단 점이다. 해외 금융기관이 여의도에 사무공간을 마련하면 임대료의 70%를 지원해주고 구심점 역할을 할 '국제금융오피스'도 마련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서울시의 최근 금융경쟁력은 세계 16위권까지 개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금융을 한낱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더 이상의 유의미한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관련 경쟁력이 퇴보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금융허브는 국내 금융 산업이 퀀텀점프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가적 위상과도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효율적으로 잡기 위해선, 매 선거 때마다 고개 드는 ‘시대착오적 발상’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