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투자자인 빌황(한국명 황성국)으로 인한 미국 증시 급락 충격이 발생하자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증권당국이 관련 투자은행(IB)을 소집해 회의를 연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수십조원 규모의 블록딜을 일으킨 원인과 향후 여파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빌황 발(發) 증시 충격은 그의 개인 투자회사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차입 투자에 나서다가 손실을 본 게 이유다.
아케고스가 투자한 일부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자 손실이 발생했고, TRS 계약을 맺은 투자은행(IB) 등이 마진콜(계약 가격 변화에 따라 부족해진 증거금을 추가 납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발생했는데 이를 이케고스측에서 이행하지 못하자 손실 최소화를 위해 담보로 잡은 주식을 블록딜로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행한 블록딜 규모는 3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블록딜로 쏟아져 나온 주식은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기업의 ADR, 바이콤, 디스커버리 등으로 알려졌으며 이 종목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 일본 노무라 등 아케고스와 거래했던 글로벌 대형 은행주들도 손실과 함께 주가하락 등 피해로 이어졌다.
TRS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 등 투자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주식과 채권 등을 투자사 대신 매입해주는 계약을 말한다. 투자사 입장에선 TRS를 활용할 경우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보며 투자할 수 있다. 투자사와 증권사의 공생관계는 주식이 상승할 때에만 진행된다. 증권사에 넘긴 자산에서 손실이 나면 투자사는 이를 메워줘야 한다. 이게 곧 마진콜이다. 개인들이라면 주가 하락 시 담보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주식담보대출과 흡사하다.
국내에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지면서 TRS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라임자산운용은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 1호)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과 67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증권사가 자금을 우선 회수하면서 손해는 투자자들로 고스란히 이전돼 문제가 된 바 있다.
빌황 발 쇼크는 단기적일 수 있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까지 공개된 종목들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시장의 주도주가 아니라는 거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비아콤과 디스커버리, 그리고 중국 인터넷 기업 ADR의 비중이 높은데, 지난번 게임스탑 사태처럼 일시적인 수급꼬임 현상은 나타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로 인해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 시장의 관심은 이번주로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피츠버그 연설에 쏠려있다”며 “3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정책이 발표될 예정으로 증세안이 포함될지가 관심사”라고 했다. 이어 “증세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인프라정책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증세가 이뤄져도 부양책 수혜로 인해 경기민감주는 증세의 악영향을 일부 상쇄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