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연료비 원가와 연계한 요금제를 도입하고 주택용에도 계절·시간대별 선택 요금제를 적용하는 등 개편된 전기요금체계를 처음 적용했다. 앞서 전기요금 체계와 달라진 점은 원가변동 요인과 전기요금 간의 연계성을 강화한 점이다. 또 기후·환경 관련 비용을 별도로 분리·고지해 투명성을 높이기도 했다. 주택용 전기요금 및 기타 제도개선 사항도 있다.
이에 최근 급등한 국제 에너지 시세에 힘입어 국내 전기요금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동결됐다. 연료비 연동제의 무용론부터 앞으로 남은 4월 보궐선거의 영향까지,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A.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는 2021년 1월부터 적용됐습니다. 한전이 개편안을 산업부에 제출했으며 이후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부 인가로 개편안은 확정됐습니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분기마다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연료비)를 뺀 금액인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3개월)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한 점입니다. 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유류의 무역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이번 연료비 조정요금에는 요금의 급격한 인상·인하 또는 빈번한 조정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혼란 방지를 위해 3중의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한 점도 특징입니다. 기준연료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조정요금은 최대 ±5원/kWh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대비 3원까지만 변동이 가능합니다.
Q. 연료비는 올랐는데 왜 전기요금은 그대로인가요?
A. 모든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현행 체제에서는 전기요금 조정의 최종 인가는 정부가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분기 전기요금 조정단가를 1분기와 동일하게 유지하기를 한국전력에 통보했습니다.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입니다.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상황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전기요금 인상을 계속 유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원가 변동분을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이자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물가상승 등 악재에 사회적 약자를 더 보호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기준연료비와 실적연료비의 차이를 계산해보면 산술적으로도 이번 2분기 최종 연료비 조정 단가는 올라가게 됩니다. 이를 통해 한전의 수익률이 악화된다면 애꿎은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Q. 선거가 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치나요?
A. 이번 연료비 조정 단가의 동결이 앞으로 다가올 4·7 보궐선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음모론이라고 치부하는 주장도 많지만 생활물가와 선거는 사실 무관치 않습니다. 준조세 성격의 전기요금은 조금만 변동해도 국민들이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앞서 2011년에도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했고, 2014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을 이유로 좌초됐습니다.
당장은 아니라도 3분기 정도부터는 연료비 인상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간 등은 유가가 연내에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유가 상승의 지속을 점쳤습니다. 계속 연료비가 오른다면 마냥 조정 단가를 묶어둘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