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한 옐런 장관은 대규모 지출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중산층에게 타격을 입히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세의 타격층을 명확히 한 것이다.
옐런장관 "인프라 투자 좋은 일자리 만들어낼 것"
증세에 비판적인 공화당은 이날 옐런 장관을 상대로 공격을 이어갔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윌리엄스 의원은 "세금을 줄이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세금을 늘리면 일자리가 없어진다"면서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경제에 되레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정부의 적극적 투자가 오히려 일자리를 늘릴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증세 타깃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혜택을 본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재차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경쟁력과 생산성 지원을 위해 '공정한' 방식으로 세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옐런 장관은 "증세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시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증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대폭 낮추면서 기업들에 엄청난 혜택을 줬다. 그러나 이 같은 감세가 자본시장의 성장에만 영향을 줬으며, 경제 양극화를 더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유세 당시 법인세를 다시 28%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옐런 장관은 국제적으로 법인세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법인세 인하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함께 국제적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정부의 공약에 따르면 초고소득자와 기업의 법인세 증세 등으로 향후 10년간 3조3500억~3조6700억 달러의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올해 초 마켓워치는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간 40만 달러(약 4억3000만원) 이상을 버는 1%의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율을 최고세율인 39.6%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었다.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8년 발효시킨 '감세 및 일자리 법안(TCJA)'에 따라 초고소득자의 최고세율은 2025년까지 37%로 낮아졌다. 바이든은 연 소득 40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세 12.4% 부과, 소득 100만 달러 이상 납세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39.6%까지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소득자들의 장기 양도소득세의 최고세율은 20%로, 여기에 순 투자 소득세 3.8%가 더해지면 23.8% 수준이다. 만약 양도소득세를 올릴 경우, 장기 양도소득세율의 실효 최고세율은 43.4%까지 높아진다.
또 상속세율 책정 방식을 더욱 엄격히 하고, 부유층들의 증여세나 재산세 면세 한도 하향 조정도 검토한 바 있다. '책임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CRFB)'는 바이든 행정부의 세제 개혁안을 내년부터 곧바로 적용시킬 경우, 향후 10년간 3조3500억 달러에서 3조6700억 달러가량이 세수로 유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생애 첫 주택자와 저소득 임대인에게 세금을 환급해주는 등 서민층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세제 정책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내년에는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함께 하원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정부의 지출 급증이 통제하기 어려운 인플레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이 특별히 크지도 않고 지속적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또 연준이 올해 국내총생산이 6.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갑자기 통화완화정책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