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지정 취소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학교들에 잇따라 패소했다. 배재고·세화고에 이어 숭문고·신일고를 상대로도 패소해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23일 학교법인 동방문화학원·신일학원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숭문고·신일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들 자사고는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냈다. 현재 가처분 신청은 모두 인용돼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면서 '지정취소' 본안을 다투고 있다.
자사고 측은 법정에서 교육청이 평가 지표를 사전에 변경하고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평가 당시 자사고에 불리하게 변경·적용된 지표를 학교 운영성과에 소급적용한 것은 교육감 재량권 남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평가항목과 변경 기준을 심사숙고했고, 충분한 고지를 거쳤다고 맞섰다.
법원은 지난달 18일 세화고·배재고에 먼저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은 서울시교육감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행위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해운대고가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이겼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이날 1심 승소 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육에 전념해야 할 시간에 법정에 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같은 서울시 소속인 자사고도 열심히 교육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판결에 '깊은 유감'을 드러내며 배재고·세화고 1심 선고 때와 마찬가지로 즉각 항소 뜻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행정 영역에서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처분이 사법부에 의해 부정당한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자사고 소송과는 별개로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는 등 교육 정상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자사고 지위는 2025년까지 유지된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2025년 모든 외국어고등학교·국제고등학교·자사고를 일반고교로 바꾸기로 했다.
서울·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등 24곳은 시행령 개정이 기본권 등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자사고 존폐는 헌법소원 결과에서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