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주당 1932원(보통주 기준, 우선주는 주당 1933원)의 기말 배당금이 확정됐다. 기존 결산 배당금(보통주 354원, 우선주 355원)에 특별배당금 성격의 1578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2018년과 2020년 사이에 진행된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잔여재원이 발생하여 특별배당금 성격의 1578원을 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총 배당금 규모는 13조12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서울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금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약 7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주식 보유 기준일인 지난해 12월 28일자 기준으로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수는 33억3568만주다. 주당 1932원의 배당금으로 계산하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들이 받을 몫은 6조44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삼성전자 우선주(외국인 보유 주식수 6억7691만주) 배당금으로 받게 되는 1조3000억원을 더하면 7조7000억원 이상이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금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외국인 주주들이 이 배당금을 고스란히 본국으로 송금한다고 가정하면 약 68억 달러(19일 원∙달러 환율 종가 1130.60원 기준)의 환전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하루 평균 70억~80억 달러가 거래되는 서울 외환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환율이 상당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때문에 4월 중순을 전후해 서울 외환시장이 삼성전자 배당금 재료에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 4월 초순부터 관련 달러 매수 물량 유입을 기대하고 시장의 롱 마인드(환율 상승 기대 심리)가 자극 받을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실제 관련 달러 매수세가 시장에 등장하면 적지 않은 환율 상승 압력이 예상된다.
반면 생각보다 관련 매수 물량이 적게 등장할 경우에는 시장의 롱 포지션 정리에 따른 환율 반락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이 이번 배당금을 곧바로 환전하지 않거나 국내 주식 재투자 등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올해는 삼성전자도 그렇고 전체 주요 기업들의 배당금이 지난해 보다 크게 늘어났다"면서 “특히 올해의 경우 미국 금리 불안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배당금 역송금이 상당한 파괴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매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 시기가 집중되는 3~4월 사이에 이른바 '배당금 시즌'이 열리면서 환율에 변동성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