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마켓 기업의 인앱 결제 강제를 막는 법안이 국회에 방치되고 있다. IT업계는 구글의 의도대로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인앱 결제 방식이 의무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구글은 입법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앱마켓 결제 수수료를 내렸으나, IT업계는 수수료 인하가 아닌 결제수단의 다양화를 원하고 있다.
19일 국회와 IT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를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안건에서 제외됐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구글플레이에 수수료율이 30%인 인앱 결제 방식을 모든 입점업체에 강제할 예정이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휴대폰 결제 등 다른 결제 수단의 경우 결제 수수료가 1~3%인 점을 고려하면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앱마켓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고, 부당하게 앱 심사를 지연하거나 삭제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한다. 지난해 7월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 이 법안을 발의한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법안을 쏟아냈다.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은 총 7개다.
지난해 10월 과방위원장과 여야 간사는 국정감사가 종료되기 전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이 태도를 바꾸면서 입법에 제동이 걸렸다. 인앱 결제로 발생할 피해 규모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고, 미국과 통상마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인앱 결제 관련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할 수 없다”며 ”피해 분야가 어떤 분야이고 피해액이 얼마인지에 대해 충분히 듣고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이미 인앱 결제 강제를 막는 법안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애리조나주와 미네소타주 하원은 앱마켓이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조지아와 매사추세츠, 하와이, 위스콘신주 등에서도 관련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편 구글은 인앱 결제 의무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입점사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오는 7월부터 매출 100만 달러(약 11억원)까지 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만 30%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IT업계는 인앱 결제 금지법 통과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안의 본질은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것으로, 본질을 외면한 구글의 수수료 인하안은 생색내기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현재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특정한 결제수단 강제행위가 금지되면 자연스레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수수료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구글이 인앱 결제를 강제하면 수수료 매출이 최대 1500억원가량 늘고, 입점업체들이 관련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글의 인앱 결제가 의무화되면 올해 비게임 앱의 수수료 수입이 최소 885억원에서 최대 1568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국내 모바일 앱 매출액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기업 246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구글의 이 같은 정책변경에 대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57.1%는 불이익을 우려하더라도 수용하겠다고 답했고, 50%는 소비자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은 28.5%가 소비자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