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지 향하는 中, 타협 바라지만 "큰 기대 없다"

2021-03-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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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트 때보단 낫겠지" 일말의 희망

전략적 문제 관련 美 의중 파악 계기

美, 대만·홍콩·위구르 문제 공세 예고

中 "시작일 뿐, 핵심 이익 양보 없다"

회담 앞두고 제재·비난, 신경전 치열

[사진=바이두 ]


미·중 간 앵커리지 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중국 내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낮아지는 분위기다.

중국으로서는 각자 내정에 집중하며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선의 타협을 바라지만, 미국이 대만·홍콩 등 문제와 관련해 공세를 예고한 만큼 녹록지 않은 회담이 될 전망이다.
다만 경제와 기후변화, 국제 안보 등 협력이 가능한 고리를 찾기 위한 노력은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 의도 탐색 계기, 中 "새 관계 구축해야"

미·중 양국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고위급 대화를 진행한다.

미국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에서는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각각 등판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직전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좀 더 이성적이고 협력적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회담에 임한다.

위안펑(袁鵬)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중국신문망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도전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를 놓고 '경쟁할 건 경쟁하고, 협력할 건 협력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며 "경쟁은 충돌과 동의어가 아닌 만큼 양국이 협력할 공간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바심도 느껴진다. 바이든 체제가 안정된 후에는 대중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 그 전에 미·중 관계의 새 프레임을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위안 원장도 "(미·중 갈등이 표면화하기까지의) 잠복기는 그리 길지도 넓지도 않다"며 "신형 대국 관계라는 프레임은 현 시점에서 새로운 함의와 의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대만과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스스로 핵심 이익이라고 지칭하는 문제에 대해 양국이 마지노선 혹은 레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화통신은 "지난 미국 정부는 미·중 관계에 마지노선이 없는 상해를 입혔다"며 "이제는 양국이 함께 소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신문망은 "상호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경계선을 설정할 때"라며 "대만과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위안 원장은 "이번 앵커리지 회담은 양측이 심층적이고 전략적인 문제에 대한 서로의 의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직접 소통을 통해 오판을 줄이고 미·중 관계 속 '제3의 변수'를 적절히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번에 해결 안돼", 회담 분위기 냉랭할 듯

다만 이번 회담이 중국의 의도대로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앵커리지로 향하기 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대중 압박을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행보를 보였다.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회담 의제로 삼겠다는 선전포고도 곁들였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양국이 처음 고위급 대화를 진행한다는 정도로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전날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대화 한번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도한 기대나 환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회담이 하나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양측이 성의를 갖고 만나 이해를 얻어 헤어지면 된다"고 덧붙였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양보는 없다는 점 역시 분명히 했다.

추이 대사는 "주권과 영토, 국가 통일 등 핵심 이익과 관련해서는 어떤 타협이나 후퇴의 여지도 없다"며 "이번 회담에서도 이 같은 태도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미국 국무부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앞장선 중국과 홍콩 관리 24명을 제재하는 강수를 뒀다. 왕천(王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치국원 등 고위급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이에 대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며 "미국의 어떠한 개입과 비방도 중국의 주권과 안보, 홍콩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막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또 전날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중국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미흡, 인종 차별과 경찰 폭력, 미군의 강압적인 해외 군사 작전 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기후변화 대응과 국제 공동 안보 체제 구축 등 협력 사안에 대한 논의가 있겠지만 전반적인 회담 분위기는 냉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위안 원장은 "경제·무역 분야의 경우 서로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군사적으로는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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