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사 "개편된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대기업 몰아주기"

2021-03-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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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자체 신용평가등급 기준인 사업안정성 중소·중견사에 불리

"마감재 수준 떨어질 것…경쟁력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어"

여의도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주택을 공급받는 수분양자에게 주택을 적정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지, 대기업 위주의 건설사에 공급을 몰아 중견·중소 건설사의 주택사업 참여를 가로막는 정책이 아님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A중견 건설사 관계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개편을 끝내고 시행 중인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대기업 몰아주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사 기준 가운데 사업 안정성 평가에선 일반적으로 주택사업을 많이 하거나 재무건전성이 좋은 대기업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UG는 고분양가 심사규정 및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해 지난달 22일부터 시행 중이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HUG가 분양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 단지는 이 심사를 통과해야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심사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심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HUG는 올해 분양가격 산정 기준을 정비하고 심사기준을 계량화해 공개했다.

최근 개편된 심사 기준은 입지, 단지 특성(규모 75%·건폐율 25%), 사업 안정성(HUG 신용평가등급 75%·시공능력평가순위 25%)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게 골자다. 3개 기준에 입각해 주변 사업장을 항목별 점수로 평가하고, 총점 차이가 가장 적은 분양·준공사업장을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한다. 개편 전에는 비교 사업장을 선정할 때 입지, 단지 규모, 브랜드를 3단계로 구분해 평가하고 보증신청 사업장과 2개 항목 이상이 유사한 단지를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했었다.

문제는 개편안이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는 ‘대기업 몰아주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 안정성’ 기준으로 인해 중소·중견기업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사업안정성은 시공능력평가순위 25%, HUG의 신용평가등급 75%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주택사업을 많이 하거나 재무건전성이 좋은 대기업들은 평가항목을 높게 받고,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우수하지 않거나 공사실적이 적은 중견·중소 시공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무조건 가장 높은 분양가를 책정 받을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이나 지방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똑같은 입지더라도 중소·중견 건설사의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 대기업 대비 마감재 수준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저품질의 주거상품으로 시장 경쟁을 하면 결국에는 시장 경쟁력도 감소하게 되고 이를 분석한 개발업체는 대기업 위주의 공사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중견·중소 건설사는 수주물량 감소 및 매출 감소로 인해 고분양가 심사 평가항목 점수는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HUG는 이번 개편안이 더욱 객관적이라는 입장이다. 평가기준이 ‘브랜드’였을 때는 시공능력평가 순위만 활용했을 뿐 아니라 등급제이기 때문에 시공능력평가 50위나 51위나 동일한 등급을 매겨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HUG 관계자는 “건설사가 튼실한지, 브랜드의 신뢰도가 높은지를 확인하는 신용평가등급은 HUG와의 거래량, 연간주택건설 실적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긴다”면서 “사업안정성은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능력평가순위가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은 신용평가등급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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