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코로나19 감염, 상해일까 질병일까

2021-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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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2020가합753 판결

유인호 변호사. [사진=아주경제 DB]

1. 들어가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 모두 고난의 시간을 겪고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감염병 대유행이 장기간 벌어지면서 우리는 다양한 건강상·경제상 위기를 맞았고, 이로 인한 손해도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다양한 법률분쟁도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관련 보험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오늘 살펴볼 판례는 손해보험회사의 상해보험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을 '상해'로 볼 수 없다고 본 판례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생명보험회사의 상해보험에서 '재해'로 보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결국 쟁점은 손해보험사 상해와 생명보험사 '재해'가 어떻게 구별될 수 있는지라 할 수 있다.

2. 보험 배경지식

사망에 이른 원인, 즉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점이 같더라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상 재해와 손해보험상 상해는 유사한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결론이다.

생명보험에서 말하는 재해는 '우발적인 외래사고'를 의미한다. 약관에는 '재해분류표'를 둬 재해에 해당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를 열거한다. 그리고 여기서 감염병예방법상 제1급 감염병을 (재해)보험금 지급 사유로 포함하고 있다.

손해보험에서 말하는 상해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정의하면서도, 재해분류표가 있는 생명보험과 달리 상해사고로 인정되는 경우를 따로 열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손해보험은 해석에 따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3. 사건 개요

원고들은 망인의 배우자와 외동딸이다. 고인은 피고 손해보험회사와 피보험자를 망인, 사망 시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인 원고들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망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2020년 3월 4일 오후 3시 16분쯤 병원에서 숨졌다. 직접사인은 호흡부전, 중간선행사인은 패혈증, 선행사인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진단됐다.

보험사는 '질병'으로 망인이 사망했다고 보고, 보험계약에 따라 배우자와 외동딸에게 질병사망보험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했다.

원고들은 사망 원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라며 보험계약 약관상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 사고, 즉 급격성·우연성·외래성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상해사고'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상해사망보험금을 줘야 한다며 재판을 청구했다.

4. 대구지방법원 판결 요지

대구지법은 이 사건(2020가합753)에 대해 지난해 10월 22일 선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춰보면 망인이 급격하고 우발적인 외래적인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와 다른 전제에 따른 원고 청구는 더 살펴볼 필요나 이유도 없다고 봤다.

(1)망인에 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침입은 다른 병원체들과 마찬가지의 침입경로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일상생활을 하던 중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일 뿐 다른 특별한 매개체에 의해 감염됐다는 등 감염 과정에 있어 외래성을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

(2)코로나19 감염자 중 무증상자도 존재하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발열·권태감·기침·호흡곤란·폐렴 등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한 호흡기감염증이 나타난다. 특히 고령·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 기저질환자가 주로 중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점에 비춰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한 이후 패혈증으로 이르게 되는 데는 신체조건과 체력, 면역력 등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60세를 넘은 사람으로 당뇨와 고혈압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에 이르렀다고 해도 내재적 요인인 위 기저질환 등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악화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타목 '제1급감염병 신종감염병증후군'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바이러스로 패혈증에 이른 것을 두고 '급격한 외래 사고로 입은 상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감염병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봄이 타당하다.

(4)생명보험에 적용하는 생명보험표준약관 '부표4' 재해분류표의 제1조가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감염병'을 포함하고 있는 점은 인정되나, 상해보험약관과 생명보험약관 보호범위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오히려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른 약관에는 보장하지 않는 손해로 '피보험자의 질병'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약관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은 '질병'에 해당하고, 피고가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라고 봄이 타당하다.

5. 결론

상해와 재해 개념을 구별했다는 점에서 대구지법 판단에 찬성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두 개념이 구별된다고 해서 '감염병의 감염이 상해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결부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 사고로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해외 판례들을 보더라도 바이러스 감염을 이런 외래 사고(accident)로 보고 보험금 지급을 인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과거 캐나다 법원도 '신종플루 감염을 단순히 개인 위생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고 했다.

대구지법 하급심(1심) 판결일 뿐이므로 충분히 상급심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높았지만, 원고들이 항소를 포기해 불완전한 선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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