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셀프 면죄부 논란] ①말로만 발본색원…‘촛불정신’ 소환한 文

2021-03-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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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지적 1차 조사 이어 변창흠 사실상 경질

사과 대신 부동산 적폐 청산 카드로 정면돌파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 대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수보) 회의에서 “국민들은 사건 자체의 대응 차원을 넘어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후 사상 초유의 위기에 다시 소환된 것은 촛불정신과 적폐 청산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을 이뤄왔으나 부동산 적폐 청산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사건을 접하며 국민들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자산 불평등을 날로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메시지는 지난 2일 LH 사태가 불거진 뒤 여덟 번째다.

특히 정치권을 향해 “정부가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지만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로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정한 투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근본적 제도 개혁에 함께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중대한 민생 문제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초당적 과제”라며 “그 시작은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부동산 적폐 청산과 부동산 시장 안정은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주택 공급을 간절히 바라는 무주택자들과 청년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LH 사퇴와 관련해 계속 메시지를 내면서도 ‘송구하다’ 외의 사과 발언은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9일 임기를 시작한 지 73일 만이다.

지난 12일 오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도 “2·4 부동산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당장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 ‘조건부 유임책’을 꺼내들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검찰 고위 인사안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사의 수용 여부를 분명히 하지 않아 논란이 오히려 커졌다.

변 장관의 경우에도 후임 작업 등 시간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대체로 동감하지만, 사의 수용 메시지에 대해선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청와대는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변 장관의 거취 여부에 대해 “이전과 입장이 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 역시 충남 아산 경찰대에서 진행된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현장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임용식 현장 축사와 대변인 명의의 별도 브리핑을 통해 엄정 수사를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다만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하는 공공주도형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임명된 변 장관은 사표 수리 시점은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부동산 공급 관련 후속 입법 대책은 빠르면 오는 24일, 늦어도 3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의 표명을 받아들인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투기에 대한 조사·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 대책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기초작업은 끝내고 퇴임하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 대책이 진행 중이고 일정이 공개돼 있다”면서 “아마 국민들이 납득하실 수 있는 시점까지의 적절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부연했다.

당초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변 장관을 쉽게 경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의 1차 조사 결과를 두고 국민적 분노가 커지면서 교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합조단 조사 결과 총 20건의 투기 의심 사례 중 11건이 변 장관이 LH 사장 재임 시절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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