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글로벌 OTT와 경쟁할 K-플랫폼의 등장을 기대한다

2021-03-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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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사진=한국방송협회 제공]

국내 OTT 업계가 자멸의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이미 국내 OTT 시장의 40%를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에 내주고 사분오열, 도토리 수준으로 전락한 국내 OTT들이 살아남겠다며 이번에는 저가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다. CJ와 JTBC가 합작한 티빙은 네이버 플러스 제휴 멤버십 이용고객에게는 무료 시청권을 내주고 있다. 지상파3사와 SKT가 합작한 웨이브는 연속 3개월 이용 시 매월 50% 추가 할인을 제공하고 있고, SKT 사용자에게는 요금제별로 무료 이용권도 주고 있다. 최근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쿠팡플레이는 더욱 공격적으로 월 2900원에 OTT와 로켓배송 등 쇼핑 서비스를 전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시장만을 바라보며 이렇게 수세적으로 방어에 몰두하는 방식은 무의미하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OTT 산업은 태생적으로 국경이 없는 무한 경쟁의 산업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미디어 시장은 글로벌 OTT의 진출로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글로벌 단위 시장으로 강제 편입되었다. 올해 디즈니+가 국내 시장 진출을 예고해 놓았고 HBO맥스, 애플TV,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의 한국 진출도 타진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국내 OTT도 국내 시장에서 눈앞의 생존과 시장점유율 확대만을 두고 싸워서는 애초부터 승산이 없는 게임이 되었다.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 이제는 다른 선택지는 없다. 내수시장 점유율만을 바라보며 출혈경쟁을 할 때가 아니라 체급을 키우고 체력을 길러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것만이 유일하고도 확실한 생존 전략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OTT가 체급을 키우고 체력을 키워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무엇일까. 그것은 통합과 연대다. OTT 플랫폼 경쟁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콘텐츠와 자본규모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가 필요하고,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려면 큰 돈이 필요하다.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만이 살아남는 전형적인 머니게임이다. 통합과 연대를 통해 제대로 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낸 ‘K-플랫폼’의 등장이 절실한 이유이다.

하지만 ‘K-플랫폼’의 구성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고품질 킬러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 주체가 통합과 연대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점이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면 결국 돈으로 모든 콘텐츠를 사서 틀어야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는 국내 OTT 산업의 구조와 재정 능력에 비추어 볼 때 지속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다. 킬러 콘텐츠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무한정으로 감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난립하던 OTT 시장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주목해야 한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 능력이 없던 OTT 사업자들이 지난 5년 사이 3배 이상 뛰어버린 킬러 콘텐츠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시장에서 두 손을 들고 말았다. 2018년에는 드라마피버(Dramafever), 2020년에는 훅(Hooq)이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가입자 기반에서 광고기반 수익모델로 전환하는 등 여러 가지 회생을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자체 킬러 콘텐츠를 만들 능력이 없는 OTT는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이 힘없이 무너졌다.

따라서 ‘K-플랫폼’은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 능력이 있는 OTT가 반드시 그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업자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중심이 된 ‘웨이브’이다. 웨이브가 중심이 돼 ‘티빙’과 연합하고, 여기에 다른 국내 OTT들이 대거 함께 참여해 글로벌 OTT 공룡들에 저항하고 세계 시장을 향해 뻗어나가는 한류 OTT 대연합이 추진되어야만 한다. 인수·합병을 통한 전격적인 통합과 같은 화학적 결합이 어렵다면, 제3국에 한류 OTT 대연합의 플랫폼을 구성해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업계의 동력에 더욱 박차가 가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도 반드시 요구된다. ‘K-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의 풍부한 국제적 인프라가 적극 활용되어야 하고, 더불어 오리지널 킬러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규모 펀드 조성도 보다 과감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같은 무역정책을 콘텐츠 사업으로까지 확장하여 중국 OTT 사업자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해왔다. 중국판 넷플릭스인 아이치이는 한국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동남아 시장을 빠른 속도로 선점하고 있다. 병아리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어미와 협력하여 안팎에서 알을 쪼듯 국내 OTT업체 간 대승적 협력에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라는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이뤄져야만 우리 OTT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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