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지 농사인지 매입 목적은 모르지만 성공적인 투자로 보이는데요. 이곳보다 공시지가가 조금 비쌌던 하남 교산에서는 3.3㎡당 200만원 정도로 보상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이를 근거로 예상해 보면 토지보상 때 3.3㎡당 150만~200만원은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싶네요."
14일 김종민 고양시 시의원이 보유한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토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당시 경매를 통해 주변 땅보다 저렴하게 매입했고 만약 지금 보상가로 매각가를 예상하면 최소 150만원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찾은 김 의원의 땅에서 그를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토지 매입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원래 농사를 좋아해서 이 땅을 샀고 9년간 쭉 고구마 등 농작물을 지어왔으며 소나무도 심었다"고 답했다.
투기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토지 보상을 노리고 땅을 산 건 아니었다. 2012년 장사를 하던 당시 농사를 짓기 위해 산 땅인데, '문제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공직자로서 (3기 신도시에) 땅을 가지고 있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이 확산되면서 다른 3기 신도시로 그 여파가 번지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 경기 고양 창릉지구의 투기 의혹이 뜨겁다.
창릉 일대는 LH 직원들의 도면 유출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던 곳이다. 창릉 지구는 유출 파문 이후 3기 신도시 1차 발표에서 제외됐지만, 1년이 지난 2019년 5월 결국 신도시로 지정됐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동산동, 용두동, 향동동, 화전동, 도내동, 행신동, 화정동 일원 812만6948㎡에 3만8000가구가 예정돼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직선으로 1㎞ 거리에 위치해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서울과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정부가 LH 직원 투기 의혹을 계기로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1만4000여명에 대해 8일간 전수조사한 결과,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고, 그 가운데 2명이 고양 창릉 지역에서 투기를 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2명뿐일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창릉지구는 과거부터 공공연히 신도시 택지로 꼽혔기 때문에 투기 정황이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지 주민들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세력이 오래전에 이미 대거 들어왔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창릉 신도시는 지난해 12월 광역급행철도(GTX)-A노선에 창릉역이 포함되는 호재를 입었다. LH가 광역교통개선분담금 등을 투입하고 절차를 간소화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에 창릉 현지에서는 정부의 1차 조사 결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산 인접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모인 '일산연합회'는 "창릉을 비롯한 3기 신도시 지구와 그 인접지에 신도시 지정 직전 토지거래량이 급증한 사실이 다수 확인됐다"며 지난 11일 LH 임직원 등 의사결정인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청원하고 나섰다.
또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지난 10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LH를 규탄하며 "신도시와 전국 공공주택지구의 수용·보상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2년 전인 2019년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H 관계자가 고양 창릉 신도시에 투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청원인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고양 창릉 신도시는 지난번 정보 유출로 부동산 투기가 예상돼 지정이 취소된 곳과 겹친다”며 “문제는, 이 지역 땅을 정부 관계자와 LH 관련자들이 샀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관련자들이 직접 샀는지 혹은 친인척에게 정보가 제공됐는지, 실거래로 이어졌는지 등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이 소문에 대한 토지 거래 내역 전수조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에는 3700여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