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때아닌 'LH(한국토지주택공사)발(發) 게이트'에 칼을 빼 들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고발한 13명 외에 7명이 추가로 파악된 셈이다.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된 20명은 모두 LH 직원이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회 정례 브리핑을 열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의심사례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며 "토지거래는 주로 광명시흥 지구에 집중됐으며, 다른 3기 신도시 지구에도 투기 의심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 10명과 가족들이 여섯 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광명시흥 지역 토지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즉각 총리실을 중심으로 정부합동조사단을 출범, 부동산거래시스템과 국토정보시스템 등을 활용해 국토부와 LH 임직원 1만4348명 중 정보제공동의서를 제때 제출한 1만4319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거래내역 및 소유정보를 각각 조사하고 상호대조했다.
조사 대상 지역은 3기 신도시 6곳인 광명시흥·남양주왕숙·하남교산·인천계양·고양창릉·부천대장과 택지면적 100만㎡ 이상인 과천과천지구, 안산장상지구를 포함해 총 8곳으로 한정했다.
조사 결과 3기 신도시 선정 관련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선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총 20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모두 LH 직원이다. 국토부 직원 중에는 조사 대상 지역에서 토지 등을 거래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별로 보면 광명시흥이 1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양창릉 2명, 남양주왕숙과 과천과천·하남교산이 각 1명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투기 의심자 1명이 8개 필지를 매입하거나 LH 직원과 지인 간 필지를 공동으로 매입한 사례가 있었다. 특히 시흥시 과림동의 경우 1개 필지에 LH 직원 4명을 포함한 22명이 공동매입한 사례도 나타났다.
시기별로 보면 지구 지정 공고일이었던 2018년 12월 기준 2년 전부터 19필지의 토지 매입이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 3기 신도시 개발지역 등에서 토지거래가 확인된 20명 전원에 대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조사단은 또 인천·경기 및 기초지자체의 개별 업무담당자와 지방 공기업 전 직원에 대한 조사도 신속히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한 조사는 특별수사본부가 담당하도록 했다. 이들로부터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사단이 토지거래 외 3기 신도시 개발지구와 인접지역의 주택 등 보유자에 대해서도 조사한 결과 총 144명(국토부 25명·LH 119명)이 파악됐다.
다만 정부는 이들 대부분이 기존 시가지 내 주택 보유자로 판단됨에 따라 향후 실거주 여부 등 투기 여부를 판단해 수사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 총리는 "오늘 LH 조사결과 발표는 시작일 뿐"이라며 "국토부와 LH 임직원에 이어, 경기, 인천, 기초지자체 및 지방공기업 임직원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해,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수사 의뢰하겠다. 조사에 따라 향후 조사지역도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정부의 공공부문 투기행위 근절 방안으로 불법 투기행위를 한 공직자 퇴출, 입법 등을 통한 투기이익 환수, LH 혁신방안 마련 등을 거론했다.
끝으로 정 총리는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국민의 신뢰 없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번 LH 사건을 철저하게 다스려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