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에 역대 최대 규모의 청약이 몰리며 올해부터 도입된 균등배분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차명 투자를 조장하고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제도 도입 이전부터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서둘러 제도를 도입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틀간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는 한 주도 받지 못하는 청약자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도입된 일반 청약 균등배분 제도에 따라 배정 물량보다 많은 청약자들이 몰릴 경우 추첨 방식으로 주식이 배정되기 때문이다.
증권사별로 청약 결과가 극과 극을 달리면서 사실상 차명 투자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불평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 참여한 한 개인투자자는 "예상보다 경쟁률이 높아지며 기대만큼 주식을 배정받지 못했다"며 "가족과 친척들까지 동원해 계좌를 개설한 사람들이 더 많은 물량을 받는 걸 보면 제도 취지가 왜곡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균등배분제 도입 이후 공모주 시장 과열이 더욱 심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가 청약에 성공하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으로 오인된 가운데, 균등배분제가 시행되며 수요예측에서부터 물량 확보를 위한 과도한 경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연초 이후 진행된 IPO 사례를 살펴보면 수요예측 과정에서 10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기업들이 즐비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청약 열기가 워낙 뜨겁고, 기관 배정분은 줄다 보니 일단 물량을 받고 보자는 식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공모가 역시 무조건 최상단을 써내면서 희망 범위가 의미를 잃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발행사는 주식이 비싼 값을 받으니 좋고, 주관사는 성과 수수료가 높아지니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가격 책정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초 이후 IPO를 진행한 16개 기업 중 무려 11개사가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들 기업 중 상장 당일 종가 대비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3개사에 불과하다.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 흐름을 보이는 곳도 4개사에 달한다. IPO 과정에서 가격 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제라도 금융당국이 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명 계좌나 중복 투자 문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제기됐으나 개선 조치 없이 균등배분제 적용이 이뤄졌다"며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을 지나치게 서두른 감이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다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청약제도 개선을 위해 열렸던 공청회에서도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균등배분제 도입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 계좌를 이용한 투자와 시장 과열이 우려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입법예고를 통해 중복청약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인이나 친인척을 통한 차명 투자는 사실상 가려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공모주 투자는 정보 접근이 제한된 비상장 기업이 대상인 만큼 일반적인 투자보다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다수 계좌를 확보해 청약을 넣고 보자는 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면 균등배분의 취지 왜곡은 물론 향후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