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국채금리 상승 압박에 흔들리는 사이 테슬라와 게임스톱의 주가가 극명한 온도 차를 나타냈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주목받던 테슬라 주가는 8일(이하 현지시간) 또 급락하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 투자자 간 공매도 사태의 중심에 있던 게임스톱은 주가를 끌어올릴 새로운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도 40% 이상이 급등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84% 급락한 563달러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준 테슬라의 주가는 전고점(883달러, 1월 26일) 대비 35%가 빠지며 시가총액 2440억 달러(약 278조4040억원)가 증발했다.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5403억 달러이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1월 고점 대비 3분의 1가량이 증발하면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산도 함께 사라졌다. 주요 외신은 테슬라의 지분 20% 정도를 보유한 머스크 CEO의 자산이 이번 하락세로 430억 달러가 증발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테슬라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시장 조정세와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 그리고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앞서 “프리몬트 공장이 반도체 등 부품 부족으로 이틀간 조업을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테슬라 주가의 하락률이 나스닥지수의 낙폭(2.41%)을 웃돌며 시장의 내림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투자은행 로스캐피털파트너스(Roth Capital Partners)의 크레이그 어윈(Craig Irwin) 분석가는 “시장 참여자들은 테슬라 주식에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해 (주가를) 40달러에서 900달러로 끌어올렸다”면서 테슬라가 다른 기술주보다 조정의 속도가 빠른 배경을 설명했다.
어윈 분석가는 “나는 분명 (테슬라 주가가) 200달러일 때도, 900달러일 때도 조정을 경고한 바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 투자자들보다 매도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 주가 조정 기간은 다른 기술주보다 오래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테슬라 주가 급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면서 “전기차 시장이 확장되면 (테슬라) 시가총액은 1조 달러에 달할 것이기 때문에 테슬라 주식을 대량 매수할 기회”라고 주장했다. 아이브스 분석가는 미국 증권가에서 테슬라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테슬라의 끝없는 추락에 나스닥지수가 흔들리는 사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공매도’ 논란을 일으켰던 게임스톱 주가는 급등했다.
게임스톱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6.76달러, 41.15% 폭등한 194.50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회사 주가가 왜 폭등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스톱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에 5500여 곳의 소매점을 둔 오프라인 중심의 게임용품 유통업체다. 이 때문에 회사의 미래 성장성이 저평가되며 헤지펀드 등의 공매도 세력이 몰렸고, 이에 대항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로 인해 주당 20달러 선에 머물렀던 주가는 483달러까지 치솟았다.
게임스톱이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하고, 전자상거래 중심의 사업 전환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회사의 미래 성장성이 이전보다는 고평가됐다. 하지만 일평균 40%대 주가 폭등을 이끌만한 호재는 없는 상태다.
웨드부시증권의 마이클 패처 분석가는 “게임스톱과 관련해 진짜 새로운 뉴스는 아직 없다”면서 게임스톱의 최근 주가 흐름이 비이상적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투기 세력이 주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