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법무·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됐으나,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추진에 반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했지만, 기소·수사권 분리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윤 전 총장은 사퇴 후 실시된 첫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여야 후보를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검찰은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의 중추이며, 가장 신뢰받아야 할 권력기관”이라며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건의 배당에서부터 수사와 기소 또는 불기소의 처분에 이르기까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규정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입법의 영역이지만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현방안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질서 있게, 이미 이뤄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해 가면서 책임 있는 논의를 해나가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당·청은 그동안 중수청 설립 추진을 둘러싸고 ‘속도조절론’ 논란이 있었다. 당·청 모두 ‘속도조절이라는 단어를 쓴 적은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사실상 ‘과속’에 제동을 건 셈이다.
다음 달 7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일선 검사들의 반발 움직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면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합동조사단이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있지만 조사를 먼저하고 수사는 뒤에 할 필요가 없다. 조사와 수사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면서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발 빠르게 수사를 병행하고, 합조단 조사 결과는 그때그때 국수본에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도 수사 노하우, 기법, 방향을 잡기 위한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LH 투기 의혹 사건은 검·경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투기 의혹의 일단이 드러난 상황이라 개인의 일탈인지 구조적 문제인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검·경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번 사태의 주체인 국수본을 언급, “국민의 명을 받든다는 마음으로 수사하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확대·개편을 지시하면서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비리 행위자는 패가망신을 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