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BJ가 진행한 생방송에 한 국밥집의 반찬 재탕 장면이 고스란히 담기면서 누리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힘든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진행한 방송에서 이런 모습이 비치자 식당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커져 오히려 자영업자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프리카TV·유튜브에서 활동하는 BJ파이(강다은·29)는 7일 자신의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에서 생방송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소상공인을 홍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BJ파이는 국밥집에서 식당일을 도운 뒤 이날 매출의 두 배 금액을 기부하겠다는 약속까지했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손님이 먹다 남긴 깍두기를 다른 손님이 먹을 그릇에 담는 이른바 '반찬 재탕' 장면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광역시지회는 국밥집 반찬재탕 논란에 대해 "식당 측이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남은 반찬을 재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지회에서는 월별로 식당을 정해 반찬 재사용 금지를 비롯한 위생교육을 하고 있지만, 문제를 일으킨 식당은 지회에 소속된 식당이 아닌 관계로 별도 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가 된 식당 직원은 (반찬 재탕에 대해) 남은 김치가 깨끗해 담았다고 해명했는데, 직원 대상 위생 교육도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산 국밥집의 반찬 재탕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부산 동구청은 8일 해당 음식점을 현장 지도 점검한 이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처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식품위생법 영업자 준수사항에 따르면 먹다 남은 반찬 등을 음식점이 '재사용할 경우 행정처분으로는 1차 위반 시 바로 15일의 영업정지가 부과된다. 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처분까지도 가능하다. BJ파이도 해당 식당에 대한 위생 관리를 바로잡고 이에 대한 처벌을 즉시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찬 재탕은 소규모 식당서만? 대형 프랜차이즈도 예외 아냐
이런 반찬 재탕 논란은 소규모 식당뿐만 아니라 대형 프랜차이즈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한 해산물 뷔페 레스토랑도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다가 누리꾼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이 레스토랑은 안 팔린 초밥 중에 찐새우와 회 등을 다진 뒤 롤과 유부초밥의 재료로 재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팔리지 않은 게를 냉동한 뒤 주문이 들어오면 해동해 손님에게 제공했으며 중식이나 양식 코너에 남은 튀김류도 롤을 만드는 재료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반찬 재탕 관련 지침은 주방장이 조리사들에게 단체 채팅방을 통해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이런 논란에도 해당 레스토랑 대표는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이 아니어서 위생상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놓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해당 레스토랑은 음식물 재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나, 사과 이후 레스토랑 홈페이지 접속이 제대로 안 될 만큼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배달전문음식점도 반찬 재탕 무더기 적발···5곳 중 1곳꼴
식품안전관리지침에 따르면 음식점은 손님에게 제공된 음식물을 다시 사용하거나 조리하는 등 재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배달전문음식점 5곳 중 1곳이 반찬 재탕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에 따르면, 배달전문 음식점 550곳을 대상으로 불법행위를 조사한 결과 158곳이 남은 반찬을 재사용하거나 유통기한이 3달 이상 지난 식품을 판매 목적으로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업체를 보면 경기도 고양시의 한 백반집은 배달 손님이 먹고 남긴 배추김치와 오이무침, 마늘종 무침 등을 재사용할 목적으로 빈 그릇이나 비닐봉지에 담아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이 교수는 "예전부터 칠첩반상, 구첩반상 등 반찬 숫자가 늘어날수록 대접받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옛 식문화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점차 바꿔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식당은 손님 눈높이에 맞추는 만큼, 고질적인 반찬 재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찬 종류가 많아야 좋은 식당이라는 소비자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남은 음식을 버리는 것은 환경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먹을 만큼만 덜어가는 식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