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대해부] ① 알뜰폰, 이통3사가 시장독점? 통계 뜯어보니 실상은

2021-03-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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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비율 23% 수준에서 헬로비전 인수 효과로 36%로 '쑥'

그간 이통3사 알뜰폰 시장공략 소극적...사업자별 성과도 희비

알뜰 자회사수는 최근 증가세..."정부의 적절한 시장개입 필요"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 참석해 알뜰폰 스퀘어 로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원용 KB국민은행 알뜰폰사업단장,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이동통신 3사가 자본력을 앞세워 알뜰폰 시장을 장악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 시장상황은 이와 조금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인수 여파로 가입자 수가 급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통3사가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늘려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주경제는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지난 5년 간 전체 알뜰폰 사업자의 가입자 수를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전체 알뜰폰 가입자 중 이통3사 계열사(KT엠모바일,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SK텔링크, KT스카이라이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92%다.
이통3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의 가입자 수는 각 사 별로 현재 △KT엠모바일 80만4523명 △LG헬로비전 62만1321명 △미디어로그 61만8792명 △SK텔링크 52만5174명 △KT스카이라이프 2611명 등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체 MVNO(이동통신 사업자로부터 망을 임차해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사업자)를 알뜰폰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와 M2M(사물 간 통신) 사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는 총 46개, M2M 사업자는 18개다. 전체 MVNO 사업자가 아닌, 46개 알뜰폰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의 가입자 수는 현재 716만843명이다. 이 중 이통3사 계열사 5곳의 가입자(257만2431명)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하면 약 36%가 된다.

이는 2019년 말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인수 영향이 크다. 인수 이전 이통3사 계열사(LG헬로비전 제외) 알뜰폰 가입자수는 △2015년 22% △2016년 21% △2017년 22% △2018년 24% △2019년 24% 등으로, 인수 후인 지난해 12%p 급증했다. 그간 이통3사의 점유율은 매년 조금씩 늘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유치는 광고 마케팅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2년 약정가입이 필수인 MNO(이동통신 3사)에 비해 알뜰폰은 약정 조건이 없고, 저렴한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큰 특성 때문이다. 시장 특성 상 마케팅 여력이 풍부한 이통3사 계열사에 유리한 것은 맞다.

알뜰폰 시장에서는 타사보다 좀 더 좋은 사은품을 제공하거나 거의 무료 수준의 요금제를 한정기간 동안 출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면 가입 직후 하루 이틀 사이에 가입자가 다른 사업자 요금제로 갈아타는 일도 빈번하다. 이통3사 계열사는 신규 스마트폰 단말 수급여력도 중소 사업자보다 좋은 편이라 그만큼 단말과 결합된 요금제를 활용한 가입자 유치에도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LG헬로비전의 인수 이전에도 이통3사는 알뜰폰 시장에 그리 적극적이진 않았다고 평가한다. MNO에 비해 알뜰폰 ARPU(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액)가 워낙 낮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MNO에 비해 마케팅 비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입자 유치는 쉽지만 그렇다고 MNO만큼 매출을 기대하기도, 가입자 규모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일례로 KT스카이라이프가 최근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것은 알뜰폰 사업 자체보다 자사 위성방송과 인터넷 서비스의 결합상품 출시를 위한 목적이 강하다. 

이통3사 계열사 별 가입자 추이를 살펴보면 사업자별 성과가 엇갈린다. 통계에 따르면 KT엠모바일은 2015년 30만6330명에서 지난해 80만4523명으로 상승했다. 미디어로그 역시 같은 기간 16만8522명에서 61만8792명까지 증가했다. 반면 SK텔링크의 경우 2015년 84만3350명에서 지난해 52만5174명으로 감소했다.

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였던 LG헬로비전의 경우 LG유플러스에 인수됐던 2019년 전후로 가입자수에 변동폭이 크다. 또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LG헬로비전의 경우 인수 전에는 영업이익 지표 관리 차원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였고, 인수 후에는 타사 망이 아닌 LG유플러스 망 알뜰폰 판매에 집중하게 되면서 이전처럼 가입자를 늘리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자수보다 알뜰폰 업계에서 주목하는 최근 변화는 이통3사 자회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LG헬로비전에 이어 최근에는 KT스카이라이프까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자급제 열풍을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공략해 가입자를 늘려나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영식 의원이 최근 이통3사의 알뜰폰 통신 자회사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한 이유다. 김 의원은 "알뜰폰 시장으로의 진출 사례가 늘어나고 알뜰폰 비즈니스가 MNO시장과 차별화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시장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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