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값이 배럴당 70달러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가 급등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예상을 깨고 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OPEC+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제외하고 하루 약 15만 배럴의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된 감축량은 하루 690만 배럴로, 대유행 초기보다 900만 배럴 이상 감소한 양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OPEC+가 산유량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유가 전망치도 상승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반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까지 뛰고, 하반기에는 8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UBS는 올해 하반기 브렌트유는 배럴당 75달러, WTI는 7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 폭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유가 등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를 넘어서기도 했다.
유가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LME(런던금속가격) 지수는 구리 가격 급등으로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있었던 2010년대 초반 수준까지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늘고 있고, 비금속의 경우 코로나로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수급 불안이 더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부양책 실시 기대감도 원자재 시장에 우호적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로 상승한 기저에는 OPEC+의 생산량 조절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며 "최근 사우디는 재정수입이 늘어나고 있어 다소 여유로운 공급량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당분간 OPEC+의 감산 이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유가 상승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 공급 주도의 가격 상승은 이해관계 측면에서 결국 한계가 오기 마련으로, 사우디, UAE 등 산유국 대부분이 풍부한 잉여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 결국 유가가 상승하면 공급 증가 리스크는 커지지지만 수요의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 경계감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