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기술 민주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중국의 대응책으로 해석되면서 미·중 기술전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차 5개년 계획보다 GDP대비 R&D 지출 비중 늘린다
5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기술자립 계획을 밝혔다.
리 총리는 “국가는 혁신 시스템과 국가적인 연구소 구축을 가속화해 과학기술 역량을 전략적으로 높일 것”이라며 “인재들의 창의성과 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술혁신 체제를 완비하기 위해 사회 전체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매년 7% 이상 늘릴 것이며, 기초연구비 지출은 10.6%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리 총리는 “종전 5개년 계획인 13차5개년(2016~2020년) 계획보다 GDP 대비 R&D 지출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 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7.8%에서 2025년 10%로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가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이하 14·5계획)의 첫 해인만큼 향후 5년간 지속되는 장기적인 기술 부양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리 총리가 언급한 반도체, (컴퓨터 및 모바일) 운영체제,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 혁신 분야는 현재 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다. 중국의 장기적인 기술 부양 정책이 미국을 겨냥한 기술자립 정책이자, 미·중 기술 전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리 총리가 발표한 정부 업무보고에는 중국이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기술 업체로부터 자립해 미국에 대응하고 새로운 산업분야에서의 국내 인재를 양성하려는 야심찬 전략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중국의 새로운 전략에는 더 많은 국가 연구소와 혁신센터를 설립하는 것뿐 아니라 중국이 비밀스럽게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 혁신 2030 아젠다’라는 프로젝트 실현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美 '기술 민주주의'에 대항... 미·중 기술 경쟁 격화
중국의 이 같은 기술 역량 강화 계획은 바이든 행정부의 최근 행보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기술 권위주의’에 맞서는 기술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양자 컴퓨팅 등 방면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서 동맹국들이 함께 힘을 합하자는 것이다.이 계획으로 새로운 기술산업 분야에서 떠오르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부상을 저지한다는 게 미국의 의도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향후 100일간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제품들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본토 생산 및 동맹국으로부터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블룸버그는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층 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