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본지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서울시 종로구청은 오는 3일까지 ’2020 창신숭인 안전안심 골목길 조성사업‘에 관한 주민 동의서를 받는다.
환경개선 일환으로 추진한 이번 사업은 집집마다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문구 △범죄예방용 출입문 거울 시트지 △집주소 명판 △안전 센서등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도시재생을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동의서 수거일 내 응답이 없을 시 동의로 간주해 설치를 진행한다"는 단서가 달렸다는 점이다.
종로구청은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지역주민의 과반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발생한 사고였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종로구청에서 요청한 예산을 승인했을 뿐 동의서 징수 과정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종로구청 관계자는 “두 차례에 걸쳐 사업지에 방문하고 동의서를 받으려 했으나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집주인 비율이 지역 내 50~60%로 높아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일이 소유주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방법을 생각해내다가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고, 현재 회신이 없으면 동의로 간주한다는 문구는 삭제했다”고 말했다.
향후 종로구청은 소유주 소재지를 다시 파악해 동의 여부를 확인한 후 동의하지 않은 곳에는 안전안심 골목길 조성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주민들은 과거와 똑같이 "도시재생당할 뻔했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본지에 이번 사례를 알린 A씨는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도시재생을 하지 말라고 했더니 집주인이 살지도 않는 곳에 동의서를 보내놓고 동의로 간주하겠다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26년간 창신동에서 봉제공장을 운영 중인 이모씨(54세)도 ”이런 식으로 서울시 마음대로 해놓고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공공재개발은 막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창신동 주민들로 구성된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는 공공재개발 후보지 제외 요건에 ‘도시재생사업 추진지역’을 명시한 데 반발해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가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도시재생 구역을 지정하고,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했으면서 재개발을 막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다.
창신동을 포함한 가리봉5구역, 구로1구역, 서계동, 수색14구역 등 6곳에서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도시재생사업을 막기 위한 단체행동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