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ESG] ①“환경(E)·사회(S)는 많은데…지배구조(G) 채권 왜 없나”

2021-03-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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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관련 채권 발행 글로벌 사례 전무

“투자자 수요가 없어”…채권시장 형성 안돼

ESG경영 개념 채권으로 확산 시 본질 왜곡

[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ESG가 기업 경영의 화두인 가운데 친환경 채권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채권 발행은 증가세를 기록 중이지만, 지배구조 관련 채권 발행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같은 선진금융 시장에서 조차도 투자자의 수요가 없어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행되는 ESG 채권은 기업의 환경 분야 개선을 추구하는 ‘그린 채권’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소셜 채권’, 이 둘을 병행하는 ‘지속가능 채권’(STB) 형태를 띈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가 실시한 평가한 10개 ESG 채권에는 그린 채권이 5개, 소셜 채권 4개, 지속가능채권 1개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스신용평가가 평가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증권 채권 역시 그린 채권이었고, 한국기업평가가 평가한 SK건설과 롯데렌탈의 채권 역시 그린 채권이었다.

현재까지 발행된 채권 중 지배구조 채권은 전무한 상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채권은 투자 수요가 없어 앞으로도 발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하는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개선보다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쉽다”며 “ESG 채권 발행도 결국 환경과 사회에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채권시장 특성상 지배구조 채권이란 상품이 발행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황병희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자금 조달자가 채권을 발행할 때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껴 투자를 결심해야 관련 시장이 형성된다”며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분야는 투자자의 관심을 얻고 있지만 지배구조 채권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배구조를 회사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채권으로도 발행할 수 있겠지만 아직 발행된 사례가 없다”며 “국내 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금융 시장에도 아직 관련 채권이 발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SG경영에 관한 개념이 채권 시장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본질이 와전됐다는 주장도 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ESG 경영이라는 용어가 처음 도입될 때는 친환경이나 사회, 지배구조 등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으로 들어왔는데, 이것이 채권시장으로 확산하면서 용어가 굳어진 것”이라며 “채권시장에서의 ESG는 명칭의 의미가 다르게 와전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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