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대우건설 노조 "우리의 미래 팔아치운 KDB인베 횡포 막겠다"

2021-03-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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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승진·반강제 인사 발령·충원 없는 수주 '총체적 난국'

현장 파견직원, 적정 인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

산업은행 관리 아래 시가총액 2조원대…시평액은 3→6위

노조 "매각·단기 성과에 집착한 산은 경영간섭 그만둬야"

“매각과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 산업은행의 경영간섭 아래 대우건설만의 장점이 흐려지고 있어요. 거듭된 외부 인사 영입과 5년째 이어진 임금 동결로 인해 임직원 사기가 바닥입니다.”

“꽉 막힌 내부 승진길,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반강제적 인사 발령, 인력충원 없는 공격적인 수주, 만성적인 인력 부족 등. IMF에도 살아남은 우리의 영속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심상철 대우건설 지부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사진 = 김재환 기자]

2일 본지와 만난 심상철 민주노총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산하 대우건설 지부(이하 대우건설 지부) 위원장은 이처럼 토로했다. 지난 1일 출범한 제12기 집행부의 첫 언론 인터뷰다.
침묵 끝에 심상철 위원장은 “지난 3년여간 대우건설 노조는 대외 투쟁보다는 내부에서 골병을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결국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였으며 미래를 팔아서 얻은 최근의 실적개선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산업은행 자회사)와 대중에 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1967년 설립됐다가 2000년에 해체된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회사다. 회생 후 2005년부터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에 이름을 올려 건설 명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이후 수난길에 올랐다. 금호가 6조600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3년 만에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재매각하면서다.

산업은행 관리 아래 11년이 지난 현재 대우건설 시가총액은 2조원대로 하락했다. 시공능력평가액은 △2017년 3위 △2018년 4위 △2019년 5위 △2020년 6위로 서서히 내려오는 중이다.

이런 하락세 주요 원인으로 심상철 위원장은 대주주의 과도한 경영간섭과 단기 실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외부 인사 영입, 저조한 중장기 투자 등을 꼽았다.

기업가치를 높여서 팔아야 하는 대주주가 당장 돈이 되는 일에 집중하고 인건비를 줄이면서 핵심 인력이 퇴사하는 악순환 늪으로 빠진 것이다.

대우건설 지부에 따르면, 과거 2010년경 해외플랜트 붐이 일었을 때 충원됐던 인력은 해외시장이 어려워지자 유휴인력으로 남았고, 대거 '직무개발반'으로 넘어가고 있다.

당장 이윤이 없는 수주전에 도전하길 멈췄기 때문이다. 직무개발반에서 재교육받은 직원은 자신의 특기와 연관 없는 부서나 기피 현장직, 안전관리업무 등으로 가거나 자발적으로 퇴사한다.

주택시장 호황기인 최근에는 인력충원 없이 대대적인 수주에 뛰어들면서 현장직원은 적정 인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동조건뿐 아니라 안전문제에 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심 위원장은 “매각만을 위해 재무제표상 숫자만 염두에 둔 경영은 대우건설의 미래가치를 좀먹고 있다. 특히 십수년간 값비싼 수업료로 얻은 플랜트분야 노하우를 인재유출로 인해 경쟁사에 뺏기고 있다. 이런 방향성은 결국 대주주을 포함한 모두에게 해악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인건비 감축 탓에 유능한 인력의 유입이 줄어들고, 유출이 가속화된 데다 (유휴인력에서 전환된) 비전문적인 안전관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시장이 불황에 빠졌을 때 대처할 능력도 잃었다. 현장 전문성은 떨어지고, 인력 부족으로 공사 기간이 늘어 원가율이 상승하는 악순환”이라고 부연했다.

대우건설의 미래를 위한 요구사항으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와 경영간섭 최소화, 장기적 관점의 매각을 꼽았다.

심상철 위원장은 “당사 문화를 이해하는 내부 인사가 사장으로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며 “재임기간 구속 없이 회사의 발전과 임직원을 위한 장기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인재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 위원장은 “완장 찬 일부 직원(대주주 측)의 호사와 그들의 하수인으로 인한 노노 갈등을 배제해야 하며 매각금액이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이고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안목에서 향후 인수자가 결정돼야 한다. 노조가 그 반드시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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