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금융권 끝자락에 위치한 대부업체들을 대변하는 '법정 협회'인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임승보 회장의 사유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4일 열린 대부협회 사원총회에 참석한 회원사 대표들은 "위임장에 인감도장이 찍혀 있는지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임 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외이사도 임 회장이 제 '입맛'에 맞는 인사만 선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대부협회 사원총회는 낮 12시 20분이 돼서야 끝났다. 앞선 11차례의 총회는 30여분이면 마쳤지만, 이날 총회는 임 회장의 '셀프 3연임'과 신임 사외이사 선임 등에 반대하는 회원사 대표들과 협회 간 실랑이가 이어졌다.
특히 "위임장에 인감도장이 찍혀 있는지 위임장을 모두 공개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516개 회원사가 협회에 '포괄 위임장'을 전달했는데 법인 인감이 모두 제대로 찍혀 있는지 공개하라는 지적이었다. 인감도장이 아닌 대표 서명 등으로는 위임장이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총회를 무효화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협회는 이러한 의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11시 53분 협회는 임 회장 연임을 의결했다.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안건에 대해서도 반발이 컸다. 이날 협회는 신임 사외이사 3명을 선임했다. 협회 이사회는 의장(협회장)과 상근이사를 포함해 업체 대표인 사외이사 9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총회에 참석한 회원사 대표들은 신임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협회를 사유화하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신임 사외이사에 대한 추천인 수, 추천 이유, 선임 기준 등을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업체 대표는 "임 회장이 제 입맛에 맞는 인사를 선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표는 "이사회가 '5대5'에서 '8대5'가 됐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임 회장 연임 안건에 대해 찬성 5표, 반대 5표가 나왔는데, 임 회장 측근 3명이 추가로 선임됐다는 지적이다.
협회비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대표는 임 회장을 겨냥해 "맨날 골프만 치러 다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접대비 삭감을 주장하는 대표도 있었다.
이날 본지가 확보한 비공개 자료를 보면, 지난해 협회 회원비는 27억44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16억4400만원을 인건비로 썼다. 올해 예산안을 비춰보면 임원에게 4억원, 직원에게 12억44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협회 임원은 임 회장과 상근이사 2명, 직원은 20여명이다. 임 회장 연봉은 2억50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판관비가 따로 지급된다.
금융감독원 부국장 출신인 임 회장은 2010년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대부협회 전무이사를 지내고, 이후 3년 임기의 회장에 올랐고 연임에 성공했다. 전무이사와 회장으로 재직하며 그동안 연봉으로만 약 21억원을 받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임 회장은 총회 직후 기자의 '협회 사유화 논란' 등 관련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