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문가들은 통계로 검증하기 어렵지만, 계약을 취소할 때 막대한 계약금과 배상금을 치러야 하기에 시세조작보다는 배액배상 후 매도한 사례가 다수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계약 취소가 집값을 올렸다기보다는 집값이 급등해서 계약 취소가 증가한 셈이므로 인과관계는 정반대다.
23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아파트 매매거래 85만5247건 중 3만7965건(4.4%)의 계약이 중도에 취소됐다.
취소한 계약 중 31.9%인 1만1932건은 해당 아파트 단지의 최고가 거래였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취소된 거래 2834건 중 1436건(50.7%)이 최고가 거래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초구(66.7%) △강남구 63% △대구 서구 59.6% △울산 남구 57% △경기 성남시 중원구 53.3% 등 집값이 많이 올랐던 지역 위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권에서 투기세력이 집값을 올렸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천준호 의원은 “조직적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것(계약 취소)이 아닌지 의심할 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서울 기준 총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9만3784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한 사례가 시세를 좌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껏해야 1000건, 한달치 거래량에도 못 미치는 정도의 신고가 취소 사례로 투기세력의 가격 띄우기를 말하기에는 아파트 매매시장 규모가 너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계약금을 돌려줘도 괜찮은 본인 또는 지인 명의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등 정확한 거래 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배액배상 쪽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부연했다.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0억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배상액 포함 2억원가량을 불확실한 미래의 미실현 이익(시세)을 조작하기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도 “(시세조작을 위한 계약 취소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다”면서도 “상식적으로나 일반적으로 인과관계는 반대가 돼야 맞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 15일 전용면적 36㎡가 경매로 나와 4억5100만원에 낙찰돼 전월 11건 평균가격(3억6700만원) 대비 급격히 오른 경우 계약금 3500만원의 배액 3500만원까지 7000만원을 물어줘도 다시 되팔기만 하면 기존 매도인이 이득이다.
신고가 계약 취소가 많았던 서초구에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역시 전용 84㎡ 기준 지난해 5~6월 20억원대로 떨어졌다가 8월 24억원으로 회복했고 12월 25억원을 찍었다.
마찬가지로 배액배상 포함 4억원을 물어줘야 한다고 해도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르기 전에 공인중개사를 통해 시세 상승세를 파악했다면 충분히 계약을 취소할 유인이 있다.
실제로 관련 법률상담도 늘어난 추세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등 소송 전까지 간 사례 등 최근 수개월새 부쩍 (배액배상 관련) 분쟁이 많았다”고 말했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도 "배액배상 분쟁 문의가 아예 없다가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최근에는 수일에 한 번은 꼭 문의가 온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여당에서 집중적으로 시세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정밀하게 조사하고 수사 의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