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서열화 폐지' 등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법원이 연이어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소송 관련 지정취소는 당국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2025년부터 전면 시행을 예고한 고교학점제 역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배제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배재학당과 세화고등학교 학교법인인 일주세화학원이 서울특별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자사고들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2월 부산광역시 해운대고등학교가 자사고 지정 취소는 부당하다며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은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변경된 평가 기준을 소급 적용해 지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봤다.
교육계와 법조계는 다음 달 23일 숭문고와 신일고에 대한 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2025년부터 전국 모든 고교에서 고교학점제 시행을 추진하려는 교육부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총리는 지난 17일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 1학년이 되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시키겠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대학교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제도다.
고교학점제 취지 자체는 자사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소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고교서열화 해소라는 큰 목표 아래 고교학점제와 자사고 폐지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이 연이어 자사고 지정 취소는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 교육정책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는 해당 판결들이 정책이 아닌 절차에 대한 위법성을 판단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 부총리는 지난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원은 5년마다 하는 자사고 재지정 절차 문제를 판결한 것"이라며 "2025년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고교체계 개편 정책에 대한 위법 판단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조 교육감은 법원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정취소 처분을 뒤집은 법원 판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결국 정책 향방은 헌법재판소 판단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월 수도권 자사고·국제고 학교법인 24개는 교육부가 일반고로 일괄 전화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은 헌법상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일반고 일관 전환 대상이 된 전국 사립외고 법인과 비수도권 자사고 법인도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따라서 헌재에서 자사고 일괄 전환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