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 ②WTI·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시대 다시 올까

2021-02-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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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수요 낙관·공급 위축' 훈풍에 상승

올해 전망치 상향 조정…100달러 도달 가능성

불확실한 수요 증가 예측에 대한 경계론도 有

"최근 상승세, 현실 아닌 미래에 초점…불안정"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펌프 잭(pump jack). [사진=AP·연합뉴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행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 극복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은 지난해 마이너스 선까지 추락하던 유가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자 올해 유가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올 연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라 미국 셰일 가스 혁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다소 과감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세계 각국이 공격적으로 펼친 재정부양책으로 시장에 풀린 많은 유동성과 갈수록 활발해지는 백신 접종이 원유시장을 압박했던 불확실성을 해소해 유가 오름세가 계속된다고 본 셈이다.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한 것은 4년 전인 2014년이 마지막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014년 1월,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9월 이후 세계 경기 둔화와 원유 공급과잉 등의 이유로 배럴당 100달러의 고지를 점령하지 못했다.
 

1985년부터 15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변동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캡처]

 
◆올해만 20% 이상 뛴 유가···“100달러도 가능”

15일(이하 현지시간) NYMEX의 3월 인도분 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65달러(1.09%) 오른 60.12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WTI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60.77달러까지 치솟으며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상승률만 24%가량에 달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4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1.4% 오른 배럴당 63.33달러를 기록, 13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남부 지역을 강타한 한파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부양책 추진과 산유국의 감산으로 계속된 유가 상승 흐름에 날개를 달았다고 평가했다.

유가는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 행보에 따른 ‘공급과잉’ 해소 기대감에 힘을 얻었다. 산유국의 감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최대 산유지인 텍사스주 정유공장까지 문을 닫게 되면서 추가적인 공급축소가 유가를 끌어올린다는 해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텍사스주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31개의 정유공장이 있고, 하루 평균 석유생산량은 460만 배럴에 달한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포우오일의 앤디 리포우 대표는 CNBC에 “휴스턴으로 향하는 겨울 폭풍과 북극의 추운 날씨가 석유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석유와 함께 생산되는 물이 (시추) 장비를 얼게 해 많은 유정이 폐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발(發) 한파로 공급과잉 우려가 재차 해소되는 분위기에 유가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암리타 센 에너지에스펙스 수석 석유분석가는 “매우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리플레이션 기대로 내년엔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에서 거래될 것”이라며 “많은 유동성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크리스티안 말렉 석유 및 가스 연구 책임자도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영문 매체인 아랍뉴스에 “유가가 최대 100달러까지 급등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유가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제설 차량이 폭설이 내린 도로를 정리하고 있다. 미 기상청은 북부의 메인주에서 남부의 텍사스주까지 25개 주에 겨울 폭풍 경보 등을 발령했으며 최소 1억5천만 명이 한파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15일 예보했다.[사진=AP·연합뉴스]

 
◆여전히 약한 수요···“60달러 유지 힘들다”

반면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에 거품이 가득하다는 경계론도 존재한다. 시장 내 수요 세력이 아직 약하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KPMG의 레지나 메이어 에너지책임자는 “(원유) 가격에 거품이 너무 많이 끼어있다”면서 “WTI가 58달러를 지속해서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의에너지섹터 칼럼니스트는 유가가 인위적으로 높아졌다며 “현재 상황보다는 미래의 가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론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가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실제 수요 증가폭이 높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백신 부작용 등의 불확실성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은 만큼 지나친 낙관론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센 분석가가 유가 배럴당 100달러 조건으로 코로나19 접종 상황을 언급한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그는 올 하반기까지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전제로 “하반기엔 수요가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고 유가 상승을 예측했다.

WTI 가격의 시장 경계선이 배럴당 60달러인 점도 ‘유가 100달러’ 전망에 물음표가 붙는다.

원자재 선물 중개업체 후지토미의 사이토 가즈히코 수석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유가) 랠리를 이끌었다”면서도 “WTI가 중요 레벨인 60달러에 도달했으므로 차익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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