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이른바 주요 2개국(G2) 사이에서 또다시 ‘균형외교’ 시험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지난 4일)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지난달 26일)과도 정상통화를 마쳤다.
대화의 손은 시 주석이 먼저 내밀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6일 40분 간의 통화에서 한·중 관계를 위해 긴밀히 소통하자고 화답하고, 조속한 방한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먼저 내년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교류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올해와 내년(2021~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풍성한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교 3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양국 간 교류·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라면서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향후 30년의 발전 청사진을 함께 구상해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는 수교 30주년 계기 한·중 관계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로드맵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출범시키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은 또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한·중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소통을 유지해 온 것을 높게 평가했다. 올해에도 양국 간 방역협력을 강화하고 방역을 보장하는 동시에 인적·경제적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 주석은 상황이 허락할 때 방한하겠다고 다시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국빈방문을 요청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진행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취임한 지 14일 만인 지난 4일, 32분간 첫 한·미 정상통화를 했다.
통화에서는 가장 큰 관심사인 대북 문제와 관련해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며 동시에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고,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국은 한·미 동맹을 민주주의 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켜가는 한편,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큰 틀에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각론에는 방점이 다른 곳에 찍혔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이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으나 백악관의 보도자료에서 비핵화라는 단어가 빠졌다. 청와대가 밝힌 ‘포괄적 대북전략’이라는 표현도 미국 측 발표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양 정상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 등 구체적인 논의에도 이르지 못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진정 시까지’로 여백을 남겨놓을 수밖에 없겠다”고 전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꼭 직접 만나 협의하기를 기대하면서 ‘서로 눈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만남’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직접 만나 대화한다면 한·미 양국민에게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진 것은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다. 올해 G7 의장국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를 통해 2021년 G7 정상회의에 공식 초청했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동시다발적인 다자외교 무대인 G7 정상회의보다는 단독 정상회담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며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성보다는 실무회담을 통해 보다 유연하고 균형 잡힌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