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오는 4월 재·보궐선거 무공천을 결정한 정의당이 고개를 숙였다. 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공천을 통해 정치적인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고 사과했다. 정의당은 전날 열린 5차 전국위원회에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무공천 방침을 결정했다.
강 위원장은 "정당은 선거에서 유권자의 평가와 선택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인정받고 정치적 시민권을 부여받는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결정은 고통스럽고 뼈아픈 것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정의당 후보로서 당의 엄중한 결정에 함께하기 위해 오늘 예비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이번 보궐선거에서 사퇴하지만, 제가 함께 만들고자 했던 다른 '서울'을 서울시의원으로서 더 책임 있게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비록 출마의 뜻을 접었지만, 당의 전면적인 쇄신 노력과 함께 제가 내세운 '같이 살자 부산'이라는 슬로건은 포기할 수 없다"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당헌·당규를 변경하면서까지 후보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날을 세웠다. 강 위원장은 이번 재보궐선거 '무공천' 결정에 "기득권 정당의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구태정치를 극복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당적 책임에 비춰볼 때 보다 근본적인 방식으로 국민께 속죄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 역시 민주당을 향해 "부끄럽지도 않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정의당이 4월 재보궐 선거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에 묻는다. 정의당의 쉽지 않은 결단 앞에 부끄럽지도 않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다시 양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정의당의 무공천 결정을 보고 민주당은 부끄러운 자화상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