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경영의 화두는 단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과거에는 이윤 극대화가 기업의 최고 미덕으로 여겨졌으나,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Sustainable)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업이 앞장서서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지키는 경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착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엑손모빌,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 SK, 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도 지난해부터 ESG를 실현하기 위해 경영 방식을 바꾸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넘어 배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해 순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탄소 네거티브' 전략을 야심 차게 추진 중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작년 탄소배출량을 73만톤 줄여 전년보다 6%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탄소 배출과 많은 연관이 있는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도 탄소배출량 감소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부를 신설하기 위해 30억 달러를 투자한다. 월마트도 미국 의료·교육·사법 체계에 만연한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SK그룹은 글로벌 수준의 ESG 달성을 올해 경영 목표로 설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의 역할과 경영의 새로운 원칙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규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환경을 보존하고 미래세대에 더 풍요로운 세상을 물려줄 필요성이 있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고려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사회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ESG를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정밀화학 울산 공장을 둘러보던 자리에서 "코로나19나 기후변화 같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ESG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산업과 관련한 투자와 보험인수를 중단한다고 밝혔고, 한화그룹은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혀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되는 분산탄 사업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각국 정부도 기업의 ESG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저탄소를 골자로 하는 1기 경제 정책을 추진한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우리는 저탄소 경제로 가는 궤도에 서 있다. 바이든 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즉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경제의 탄소 중립을 앞당기기 위해 기업이 많은 자본을 저탄소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며 ESG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혜택을,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는 페널티를 줄 것임을 시사했다.
반환경·부도덕한 기업은 결국 실패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ESG 자체는 상당히 오래된 개념이다. 1950년대부터 일부 경제학자 사이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기업의 ESG는 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를 추진하며 현실화됐다.
당시 미국 GM의 이사회 멤버였던 레온 설리번 목사는 1971년 남아공과 사업을 할 때 지켜야 할 기업 윤리강령(설리번 원칙)을 만들었다. 원칙에는 미국 기업이 남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할 때 (해당 국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설리번 원칙 이후 미국 정부는 기업이 부도덕한 국가(남아공)와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 남아공에 대한 미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 취소로 이어졌다. 미국으로부터 지원이 끊긴 후 경제가 불안해진 남아공 정권은 결국 아파르트헤이트 제도를 철회해야만 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ESG는 2000년대 초반까지 기피 대상이었다. ESG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수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면 기업의 재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거시 경제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며 ESG에 들어가는 비용이 얻을 수 있는 혜택보다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1990년대에 들어 하나둘씩 등장했다. 일례로 제임스 콜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사회적 자본'의 개념을 강조하며 ESG가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ESG는 기업 경영의 주류로 떠오르지 못하고 사회공헌활동(CSR)에 따른 비용 정도로만 인식됐다.
프리드먼 교수의 이론은 시장이 올바르게 작동한다는 가정하에 성립한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도덕적으로 움직이고, 정보가 모든 구성원에게 즉시 공유되는 상황에서 옳은 얘기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많은 기업이 부도덕한 행위를 하고, 정보를 시장에 올바르게 공유하지 않았다. 때문에 2000년대에 들어 ESG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기에 이른다.
ESG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5년 일어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를 들 수 있다. 이는 독일의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 엔진 배출가스양을 조작해 차량을 판매하다가 뒤늦게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사건이다. 폭스바겐 그룹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한창 주가를 올리던 유럽의 (자칭) 친환경 디젤 엔진 차량은 된서리를 맞았고, 결국 자동차 업계의 주도권을 테슬라, 토요타 등 미국과 일본의 전기·가솔린 차량 제조사에 내주고 만다. 기업의 반환경적이고 부도덕한 행보가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당시 미국 GM의 이사회 멤버였던 레온 설리번 목사는 1971년 남아공과 사업을 할 때 지켜야 할 기업 윤리강령(설리번 원칙)을 만들었다. 원칙에는 미국 기업이 남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할 때 (해당 국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설리번 원칙 이후 미국 정부는 기업이 부도덕한 국가(남아공)와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 남아공에 대한 미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 취소로 이어졌다. 미국으로부터 지원이 끊긴 후 경제가 불안해진 남아공 정권은 결국 아파르트헤이트 제도를 철회해야만 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ESG는 2000년대 초반까지 기피 대상이었다. ESG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수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면 기업의 재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거시 경제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며 ESG에 들어가는 비용이 얻을 수 있는 혜택보다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1990년대에 들어 하나둘씩 등장했다. 일례로 제임스 콜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사회적 자본'의 개념을 강조하며 ESG가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ESG는 기업 경영의 주류로 떠오르지 못하고 사회공헌활동(CSR)에 따른 비용 정도로만 인식됐다.
프리드먼 교수의 이론은 시장이 올바르게 작동한다는 가정하에 성립한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도덕적으로 움직이고, 정보가 모든 구성원에게 즉시 공유되는 상황에서 옳은 얘기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많은 기업이 부도덕한 행위를 하고, 정보를 시장에 올바르게 공유하지 않았다. 때문에 2000년대에 들어 ESG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기에 이른다.
ESG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5년 일어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를 들 수 있다. 이는 독일의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 엔진 배출가스양을 조작해 차량을 판매하다가 뒤늦게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사건이다. 폭스바겐 그룹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한창 주가를 올리던 유럽의 (자칭) 친환경 디젤 엔진 차량은 된서리를 맞았고, 결국 자동차 업계의 주도권을 테슬라, 토요타 등 미국과 일본의 전기·가솔린 차량 제조사에 내주고 만다. 기업의 반환경적이고 부도덕한 행보가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100대 기업의 75%가 ESG에 투자... 이윤 확보에도 도움
실제로 KPMG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100대 기업의 75%가 ESG와 지속가능한 경영을 핵심 과제로 여기고 이를 시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93년에는 해당 비율이 12%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최근 들어 ESG가 기업의 이윤 극대화에 방해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고, 오히려 도움까지 준다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성과별 영업실적 및 주가 하락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실적 급락의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ESG 성과 우수 기업군(A등급 이상)에서 당기순이익이 90% 이상 급감한 기업은 2015년 6.7%, 2016년 0%, 2017년 13.6%였던 반면, ESG 성과 저조 기업군(C등급 이하)에선 2015년 19.2%, 2016년 20.3%, 2017년 21.4%로 조사됐다.
또한 최근 들어 ESG가 기업의 이윤 극대화에 방해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고, 오히려 도움까지 준다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성과별 영업실적 및 주가 하락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실적 급락의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ESG 성과 우수 기업군(A등급 이상)에서 당기순이익이 90% 이상 급감한 기업은 2015년 6.7%, 2016년 0%, 2017년 13.6%였던 반면, ESG 성과 저조 기업군(C등급 이하)에선 2015년 19.2%, 2016년 20.3%, 2017년 21.4%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2020년 기업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제 비즈니스 리스크와 기후 위기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때문에 ESG 지수 공시 없이 투자액을 바탕으로 기업 주가를 매기는 것은 향후 어려워질 것"이라며 "블랙록은 기업 투자 결정 시 ESG가 차지하는 비중을 책정하는 방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ESG 관련 투자를 목표로 관리되는 자산은 약 12조 달러이며, 이는 향후 20년에 걸쳐 20조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스콧 리스 오토데스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업은 인간과 환경에 좋은 것이 가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ESG 투자를 수용한다.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고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라며 "기업의 이익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직원과 협력사를 위해 공정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며, 결국 이러한 진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