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자마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 '윤석열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협찬 사건' 등 정관계 유력인사 관련 사건들이 '1호 사건'으로 줄줄이 거론되고 있다.
공수처법 제25조 제2항에는 '수사처(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돼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김 전 차관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검찰은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한 변호사는 "수사 대상 범위 확대, 특히 검찰 내부로 화살이 쏘아질까 염려해 야당이 절차적 정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절차적 정의' vs '정당한 형벌권 실현'
현재 절차상 위법한 방법에 의해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았다는 이유로 공익신고에 적시된 피신고대상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김오수 전 차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이규원 검사 등 11명이다.
그러나 공수처로 사건이 이첩되면 법조계의 예상대로 수사 대상이 검찰 내부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공익신고서에 출입국 조회기록, 휴대전화 포렌식 데이터, 진술조서 등 광범위한 수사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공무상 기밀유출 등 여부를 따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익신고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전 차관 사건의 '절차적 정의'는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도1097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0504 판결 등에서 보듯 정당한 형벌권 실현을 위해서는 예외가 인정된다.
앞서 김 전 차관은 출국금지 직후 검찰의 재수사를 받은 끝에 구속기소됐고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윤석열 총장 부인 사건, 총장과의 직무 관련성 여부가 핵심
윤 총장의 부인인 김건희씨가 고발된 사건 역시 공수처가 이첩받는 데는 문제가 없다. 공수처법상 김씨가 수사 대상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다만 공수처법은 공직자 본인이 아닌 경우,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저지른 범죄로 수사를 한정하고 있다. 즉, 김씨가 2017년 말 국민일보 창간 기념 전시회를 기획, 게임업체들에게 협찬을 받은 행위와 윤 총장의 직무 관련성 여부가 공수처 이첩을 판가름할 핵심이라는 의미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변호사는 "검찰이 이미 수사 중이 김씨 사건을 공수처가 이첩받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윤 총장과의 직무 관련성에 대해 혐의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공수처가 먼저 검찰로부터 사건 이첩을 요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씨 사건의 공수처 이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살아있는 권력인 윤 총장의 배우자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협찬 관련 의혹에 대해 "혐의가 있으면 (이첩)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자 원칙"이라며 "그 사건 역시 엄정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김씨 사건과 관련해 "사실이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검토돼야 (대상 여부를) 말씀드릴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한편, 공수처는 최근 '공수처 수사관 자격요건으로서의 조사업무에 관한 규칙'을 공포했다. 공수처 수사관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업무를 담당하며, 최대 40명까지 꾸릴 수 있다.
이번에 공포된 규칙은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관뿐만 아니라, 조사·감사 등 사정업무를 하는 정부기관 내 정예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