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 업체 3사가 지난해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호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잇달아 공장을 셧다운하면서 연쇄 타격을 받았지만, 하반기 들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이들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고인치 타이어 판매를 확대하고, 전기차용 타이어 개발 등 미래차 시장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해 4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값)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4분기 1824억원, 금호타이어는 418억원, 넥센타이어는 328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76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에 그쳤지만, 3분기(2246억원)부터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이어 4분기에도 상반기를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서 교체용 타이어 판매가 증가했고, 중국에선 신차용 타이어와 교체용 타이어 판매가 모두 증가한 덕분이다.
지난해 1·2분기 53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439억원) 흑자전환한 데 이어, 4분기에도 400억원대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북미, 유럽, 중국 등에서 교체용 타이어 수요가 늘고, 공장 가동률이 회복세를 탔기 때문이다.
넥센타이어는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해 2분기 22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지만, 3분기 58억원을 거둬들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이어 4분기에도 300억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전기차용 타이어 수주 잇달아
국내 타이어 업체들은 올해도 전기차용 타이어, 고인치 타이어 등을 앞세워 실적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최근 테슬라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포르쉐 전기스포츠카 '타이칸', 폭스바겐 전기 세단 'ID.3' 등에 잇따라 타이어를 납품하면서 글로벌 탑티어(Top tier)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전기차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에 비해 정숙성, 경량화, 내구성, 마모 최소화 등의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돼, 진입 장벽이 높다. 또 무거운 중량과 초기가속 등의 차량 특성으로 인해 교체주기가 2년 내외로, 내연기관차 타이어 교체주기(4~5년) 대비 2배 이상 짧아 수익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금호타이어는 스마트 타이어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 타이어 시스템은 각 타이어 내부에 장착된 센서모듈과 운전석에 설치된 전용 무선통신기를 통해 주행 중 공기압, 온도, 주행시간, 가속도 등 타이어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운전자의 역할이 줄어들어 안전 주행을 위한 타이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금호타이어는 하반기 내 이 시스템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또 북미, 유럽 등에서 18인치형 이상 고인치 타이어 판매를 확대하고, 프리미엄 신차용 공급 확대 및 상품경쟁력을 강화한다. 다만, 노조리스크는 과제로 꼽힌다. 금호타어는 최근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오는 28일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9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아트, 포르쉐, 폭스바겐 등에 제품 공급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미국 상무부의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예비 판정 등은 부담이다. 넥센타이어는 2019년 기준 매출의 약 30%를 북미지역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와 달리 미국 내 공장을 두지 않고 있어 고민이 더 깊은 상황이다. 넥센타이어는 가동률이 낮은 유럽공장에서의 미국 수출을 고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