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무역협회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미(對美) 수출 유망 품목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품목’을 선정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 관련 시설의 미국 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소비량이 매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50년에는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3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기조는 한화그룹의 에너지 사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사업 부문인 한화큐셀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국 주거용·상업용 모듈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점유율은 21.5%다.
올해 3월 마무리 예정인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한화그룹은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한화솔루션은 이중 1조1000억원을 태양광 산업에 투자한다. 태양광 차세대 제품 개발 및 생산에 4000억원, 태양광 분산형 발전 기반 에너지 사업에 3000억원, 해외법인 설립과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자산취득 등에 4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번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에 5년간 2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한화솔루션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9.2% 증가한 1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32.8% 증가한 89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매출 전망치는 전년 대비 5.9% 감소한 8조9400억원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 신재생 발전의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보유한 한화 태양광의 수혜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14일에는 한화그룹의 에너지 계열사 한화에너지가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과 미국에 신재생에너지 합작사를 설립하는데 합의했다. 글로벌 기업의 자본력을 결합해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각각 50%의 지분을 투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한화에너지의 미국 내 100% 자회사인 174파워글로벌(Power Global)이 보유한 태양광발전 사업권(총 PV 10GW, ESS 10GWh) 중 일부(PV 1.6GW, ESS 720MWh)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김승연 회장의 경영복귀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8일 취업제한이 풀리는 김 회장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한화그룹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혁신의 속도를 높여 K방산, K에너지, K금융 등 분야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야 한다"며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서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룹차원의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는 김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이 한화솔루션에 호재로 전망되면서 김 회장은 복귀도 하기 전에 성공적인 경영성과를 낸 셈”이라며 “김 회장의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다소 사그라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