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전 마지막 저녁 고별연설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에게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차기 행정부의 성공을 빌어준 한편, '내란 선동' 혐의를 지우기 위해 지지자들의 무장 폭력 시위와 거리를 두려 했다.
19일(현지시간)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 만에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퇴임하는 대통령이 된 것에 특별히 자랑스럽다"라면서 20분 길이의 고별연설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그의 연설은 대부분 자신이 경제·군사 분야에서 이룬 업적을 자화자찬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트럼프 대통령는 자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였던 파리기후협정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하고 감세 정책과 규제 철폐를 펼쳐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를 건설했다"고 자평하면서도, "미국에 수십억 달러가 쏟아질 중국과의 새 무역 협정을 맺었지만, '중국 바이러스'(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며 코로나19를 일컫는 방식)가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가게 했다"고 말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상황을 변명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중요한 것은 내가 중국에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관세를 부과했다는 사실"이라면서 자신으로 인해 "전 세계가 중국에 맞서기 위해 예전처럼 뭉쳤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행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예상 밖의 행보도 보였다.
그는 자신에 대해 처음으로 '아웃사이더(outsider)'가 대통령직에 오른 인물이라고 지칭하면서 영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를 포함한 가족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백악관 인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새 행정부가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하게 하는 데 성공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지만, AFP 등 외신은 해당 발언과 연설에서 대선에서 자신을 꺾은 바이든 당선자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6일 바이든 당선자에 대한 의회의 대선 승리 인증을 방해하기 위해 자신의 지지자들이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 무장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켰던 일을 재차 강하게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사태를 암시하며 "모든 미국인들이 의사당을 공격당한 일에 몸서리쳤다"면서 "정치적 폭력은 미국인으로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에 대한 공격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다만, 그는 이어 "수요일(20일) 정오에 새 정부로 권력을 넘길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 우리 시작한 운동(movement)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알린다"면서 지지자들에게 향후 정치 활동을 지속할 것임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날 CNN은 "임기 마지막 날 트럼프 대통령은 화려하고 눈에 띄는 작별인사를 하는 것을 건너뛰었다"면서 "대신, 하루종일 사면·감형과 중국 등을 겨냥한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은 채 하루종일 업무에 몰두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출처=유튜브/The White House]
다만, 이날 고별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교적 온건한 메시지를 전하며 의회가 탄핵소추안으로 자신에게 제기한 '내란 선동' 혐의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오히려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 6일 사태의 배후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하는 모양새다.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발언 중 "폭도들에게 거짓말이 주입됐다. 그들은 대통령과 다른 힘 있는 사람들에게 도발당했다"면서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입법부의 특정 절차를 중단시키려고 폭력과 공포를 동원하려 했다"고 말했다.
공화당 1인자인 매코널 대표의 이와 같은 발언은 향후 상원에서의 탄핵 심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양당이 각각 50석을 점유한 상원에서 정원 100명의 3분의 2인 67명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에서 16~17명의 반란표가 나와야 하는데, 매코널 대표가 여기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공화당에서도 대거 찬성표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