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힘을 잔뜩 주고 백화점을 천천히 거닐며 소비를 향유하던 모습은 MZ세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앱으로 명품을 산다. 생활 필수재와 비교했을 때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이지만, 그 안에서 가성비를 따지며 ‘플렉스(FLEX)’를 즐긴다.
국내 시장의 성장세는 관련 스타트업의 사업 확장 속도로 확인할 수 있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7월 15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1년 설립 이후 연평균 80% 이상 성장하며 월평균 거래액도 250억을 뛰어넘었다. 이 중 10대 고객의 비중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렌비 또한 지난해 11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현재 월 250만명이 이용 중인 명품 구매 플랫폼으로, 인공지능 솔루션‧당일 배송 서비스 등을 적용하며 소비자를 빠르게 모아가고 있다.
ㅣ[스타트人㉕] "명품 대중화는 흐름...시장 더 커진다"ㅣ
① 명품의 대중화
온라인 명품 시장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제시되는 배경이 대중화다. 특히, 소비 여력이 부족한 MZ세대에게는 대중화 측면이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명품은 더 이상 특정 계층‧세대만 소비하는 품목이 아니다. 브랜드별로 가격대가 다르겠지만, 적게는 40~50만원부터 많게는 200~300만원대 명품은 MZ세대도 소비할 수 있다.
품목은 다르다. 기성세대가 명품백, 시계를 소비할 때 MZ세대는 명품 스니커즈, 후드티 등 캐주얼 명품을 구매한다.
과거 명품은 ‘커서 돈 많이 벌면’ 소비해야 하는 물건이었지만, 이제는 지금 당장 즐길 수 있는 소비 품목이 됐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백화점에서 사야 하는 물건’이 아닌 ‘휴대폰에서도 살 수 있는 물건’으로 인식이 전환됐다.
MZ세대가 돈을 어디서 났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더 오래전에도 1020세대는 명품을 소비해 왔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과거 중‧고등학생은 노스페이스 롱패딩을 샀다. 40~50만원, 100만원대 롱패딩을 소비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명품을 소비하는 형태로 바뀐 것 뿐이다”고 말했다.
롱패딩이나 아이폰‧아이팟이 일반화된 현시대에서 명품은 MZ세대에 ‘특별한 소비 품목’이 됐다. 명품의 대중화는 기성세대에 낯설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겐 또 다른 형태의 소비 형태일 뿐이다.
② 명품의 향유 방식
명품은 백화점으로 구매하러 가기 전이 가장 설렌다. 매장에 들어가 친절한 직원들에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낄 때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특별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명품을 들고 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을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MZ세대는 이 과정을 생략했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찾으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구경할 수 있는 폭이 한정되고, 재고가 없을 수도 있다. 직원들에게 대우받는 즐거움보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더 크다.
명품에 대한 신뢰도 또한 큰 문제가 안 된다. 굳이 매장에서 직접 만져보고, 직원의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다. 그들은 명품 플랫폼을 신뢰한다. 그들이 판매하는 명품 또한 ‘믿는다.’
③ 명품과 가성비
MZ세대에 가성비는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10~20% 저렴하다. 당연하다. 매장 운영비와 인건비가 들지 않으니 가격 경쟁력이 있다. 저렴한 곳에서 편하게 살 수 있다면 백화점을 갈 필요가 없다.
한 가지 아이러니는 명품 자체가 이미 가성비 제품이 아니다. 단순 실용성으로 책정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의 물품이다.
MZ세대는 그런 명품을 소비하지만, 가성비를 따진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MZ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