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정확히 판단하려면 ‘대체 데이터’ 활용 보편화돼야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점수제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가장 보완이 시급한 건 ‘대체 데이터를 반영한 신용점수 시스템’의 보편화다.
신용점수제 도입에도 금융이력이 부족한 차주의 경우, 여전히 낮은 수준의 신용점수가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이나 전업주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이력 부족 차주(thin filer)의 신용도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대체 데이터 반영 비중을 높이면, 좀 더 다각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며 “이 경우, 점수제 도입 취지를 한층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대체 데이터를 취급하는 신평사가 보편화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대체 데이터를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해 점수를 추려낸 뒤, 이를 금융사에 제공하는 신평사 수가 늘어나야만 안정적인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효율적으로 이끌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 시장에 뛰어든 네이버 등이 해당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라며 “대체 데이터 평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나가면, 금융 사각지대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점수에서 부정적 정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평가 체제에선 소액 연체 등이 신용점수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가 크다. 반면, 오랜 기간 정기납부실적을 쌓은 긍정적 정보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점수제 전환 과정에서 긍정정보 비중이 5~6% 포인트가량 늘었지만 좀 더 균형감을 맞출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취약차주 ‘보호 장치’ 마련도 시급
신용점수제 개선과 동시에, 취약 차주를 방어하기 위한 장치가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초부터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신용점수 폭락 사례가 속출하면서, 저신용자들이 고금리에 내몰릴 확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기로 했지만, 그것만으론 여전히 한계가 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일부 소비자들의 신용점수가 급격히 낮아진 상황을 틈타,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점수가 600점대 후반인 A씨는 “올 들어 (현재 사용 중인) 카드사로부터 신용대출을 이용하란 전화 및 문자가 일주일에 2~3번 꼴로 걸려오고 있다”며 “대부분 연이율이 10%를 크게 넘어서는 고금리 상품”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카드·대부업체 등 2금융사의 마진율이 크게 오르는 걸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결국 취약차주를 보호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