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아방강역고-22] 환단고기 픽션은 가고 한·중 正史 팩트는 오라! <1>

2021-01-20 07:00
  • 글자크기 설정

『환단고기』는 막장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인가?"

「환단고기」는 일본에서 임가공(프로세싱)한 위서

환단고기류의 내핵 일선동조론, 외연 확장 팔굉일우론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 고려의 어떤 명장(名匠)이 증기선을 창조하였다는 문구가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신용할 수 없는 것은, 남들을 속일 수 없으므로 그럴 뿐만 아니라, 곧 스스로를 속여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신채호 『조선상고사』

∙ 우리에게 『환단고기』의 ‘동서 2만리 남북 5만리’ 픽션은 필요 없다. 대한의 고유한 영토는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 『사고전서』 등 한·중 정사(正史)의 ‘동서 2천리, 남북 4천리’ 팩트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강효백


아래는 재야 역사학자 이이화(1937~2020년) 선생의 한겨레신문 (2015.11.21.) 인터뷰기사에서 『환단고기(桓檀古記)』와 관련된 부분을 따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역사에 대해 무식한 사람이에요.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온 말을 분석해 보면 뉴라이트 교과서를 칭찬하고 일제, 친일파, 근대화론 이걸 옹호하는 사람이지. 자기 목적은 딱 자기 아버지한테 있다니깐. 5·16, 유신 이런 걸 합리화하는 것! 거기다가, 대통령이 어디서 고대사에 대해서 좀 들은 모양이에요. 석기시대에 단군조선이 대제국을 건설했다는 『환단고기」라는 책이 있는데, 그걸 좋아한대요.”

기자 : 환단고기는 정사(正史)로 치지 않는 것 아닌가요?

이이화 :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환단고기를 읽을 수가 없어. 한번 읽어보세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기자 : 전 못 읽어봤습니다.

이이화: “사서 읽지 마세요. 책값도 아까워! 어디 헌책방 같은 데서 한번 뒤져보라고. 완전 거짓말이야. 『삼국유사』에도 허황된 얘기는 나오지만 어떤 민중적 사유라든가 그런 걸 담고 있죠. 단군신화는 그냥 신화로 해석해야지. 고대에 천조대신이 어쩌고저쩌고… 이게 말이 되냐고? 석기시대에 돌멩이 들고 싸우던 시절인데 어떻게 제국을 건설해요? 역사발전에서 그 시긴 부족국가 시대예요.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걸 놓고 대통령이 환단고기 좋아한다니까 고대사 대폭 늘리고 근현대사 쫙 줄인다고 하잖아요.”

 

桂延寿編、鹿島曻訳、1982、 『환단고기 실크로드 흥망사 桓檀古記 シルクロード興亡史』, 歴史と現代社[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환단고기』는 막장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인가?"

『환단고기』는 이유립이 1979년 출간한 한문본 책이다. 이유립은 스승 계연수가 1911년 삼성기, 단군세기, 북부여기, 태백일사 등 고대부터 전해지던 4권의 책을 묶고 해제를 달았다고 한다.

그런데 『환단고기』에 수록된 문헌들이 수백 년을 이어왔다는 증거는 고사하고, 구한말에 계연수라는 사람이 환단고기를 엮었다는 증거조차 전혀 없다. 애당초 계연수라는 사람이 실존 인물인지의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하여튼 계연수는 이를 이유립에게 주고 60년 뒤에 공개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유립은 『환단고기』가 그의 기억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한국 역사학계와 정부(무궁화 관련한 산림청과 농촌진흥청 등 한 두군데를 제외)는 위서로 판단하여 고·중세사의 사료로 취급하지 않는다.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역사서는 크게 정사(正史)와 야사(野史) 위서(僞書 가짜역사서)로 분류된다.

정사(正史)는 국가의 주도로 편찬된 관찬사서로서 국가의 공인을 받은 역사책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가가 직접적으로 관여해서 나라의 입장에서 만든 기록물이기 때문에 이전 역사를 분석하는데 정확도가 매우 높으며, 현재 남아있는 정사서는 국가의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중국의 흠정 24사와 한국의 『고려사』 『삼국사기』, 『고려사절요』, 『조선왕조실록』 등이 정사에 속한다. (1)*

야사는 정사로 지정된 것을 제외한 모든 역사서를 말한다. 국보 322호 『삼국사기』보다 먼저 국보로 지정된 『삼국유사』(국보 306호)를 비롯 모두 야사로 구분된다.

위서란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저자나 저술연대와 같은 서지사항이 위조된 책을 의미한다.

『고려사』는 세종대왕의 주도하에 정인지 집현전 학사들이 편찬하여 1451년에 출간했고, 『삼국사기』는 고려 인종 1145년 김부식 등이 인종의 명을 받아 출간했다.

정사는 물론 일반 서적도 저자와 저작 시기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환단고기』 는 저자와 저술 시기와 목적 등 모든 게 불투명하다. 막장 드라마의 약방의 감초 "출생의 비밀이 연상될 만큼 아리송하다.

◆「환단고기」는 일본에서 임가공(프로세싱)한 위서

우리나라 사람 다수는 『고려사』는 몰라도 『환단고기』는 안다. 그러나 출간 초기에는 그 책의 존재 자체도 몰랐다. 앞서 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다음 달인 1979년 11월 출판된 『환단고기』는 순수한문으로 100부 한정본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단고기』는 전두환 신군부 집권 전야인 1980년 6월 일본으로 건너가 화려한 변신을 시작한다. 1982년 가지마 노보루(鹿島昇, 1925~2001년)(2)*라는 일본의 유사 역사학자가 펴낸이로 출간돼 화제가 됐다.

1985년 가지마 노보루가 임가공(프로세싱)한 『환단고기』를 수입하여 한글로 재번역한 『환단고기』가 국내에 출간되었고, 이듬해 6월에는 4개 출판사에서 출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환단고기』를 만들어 낸 가지마 노보루는 누구인가?

1926년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와세다대학 법학부 재학 중에 사법 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가 된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 전업보다 유사 역사학자로 이름을 남겼다. <신국민사> 라는 출판사를 차려 역사서라는 이름으로『성경』과 『사기』와 한·중 양국의 정사를 위서로 폄훼 날조하는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과 일제군국주의 팽창주의에 기반한 유사역사서를 무더기로 창작해냈다.

그의 20여권의 저술중 대표서적은 『일본 신도의 수수께끼 :고사와 구약 성경이 보여주는 것』(1985), 『일본 유대인 왕조의 수수께끼 - 천황의 진상』(1988), 『환단고기 요의―일한민족 공통의 고대사』 (1990), 『왜의 일본건국사』(1997), 『역사 날조의 역사―사마천부터 강택민까지 』(1999) 등이 있다. 

그가 책 속에 설파한 사관을 10개만 고르면 다음과 같다.

1. 『구약성경』은 바빌론 신화의 표절이다.
2. 멕시코의 마야 문명은 왜인의 유산이다.
3. 진나라의 시황제는 박트리아 왕 디오도투스이고 병마용은 페르시아 군단이다.
4. 메이지 유신으로 천황은 북조에서 남조로 바뀌었다
5. 고메이 천황은 이토히로부미가 암살했다.
6 신라가 큐슈의 왜국과 야마토의 진 왕국을 합쳐 일본을 건국했다
7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고대 근동 역사를 쓴 것이다.
8. 『사기』의 「노세가魯世家」 「송세가(宋世家)」는 각각 구약성서의 이스라엘 북쪽 왕국의 역사와 유다왕국 역사의 재탕이다.
9. 『조세가(趙世家)」는 박트리아의 역사, 「위세가(衛世家)」는 히타이트와 킨메리아의 역사, 「한세가(韓世家)」는 엘람과 바빌로니아의 역사다.
10. 중국 춘추시대 조·한·위는 각각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의 박트리아주 · 수그드주 · 사카주에 위치한다.

이처럼 기괴망측한 사관을 설파한 가지마 노보루는 20세기 전반 일제 군국주의 시대의 일본민족우월주의 팽창주의 사관과 그들의 선배가 일제식민지와 점령지의 역사를 조작하던 습성을 답습하고 있다.

◆환단고기류의 내핵 일선동조론, 외연 확장 팔굉일우론

환단고기류의 환국의 최대영역[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가지마 노보루의 『환단고기』와 그것을 재번역한 국내 『환단고기』, 한·일 양국의 환단고기류는 내선일체의 일선동조론을 내핵으로, 황국사관의 팔굉일우론(八紘一宇論)(3)*을 외연 확장으로 한다.

일선동조론은 한국과 일본의 조상은 (심지어 일본 천황은 한국의 혈통) 같으니 한·일 양국민은 이웃보다 가까운 한 몸이나 마찬가지이니 서로 잘 지내자는 국민통합론이다. 일선동조론은 얼핏 대다수 생래적 민족주의자인 한국 혈통이라면 거부할 수 없이 매혹적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 제국주의 특유의 상습적인 동화책략이다.

일찍이 일본은 유구(오키나와) 지배를 위해서 하네지 조수(羽地朝秀,1617~1676년)를 비롯한 관변학자들에 명령해 일본과 유구는 조상이 같다는 ‘일유동조론(日琉同祖論)’을 조작해냈다.

일본은 청일전쟁의 전리품으로 1895년 대만을 식민통치할 당시에도 대만 원주민과 일본인은 조상이 같고 대만은 일본의 혼슈, 홋카이도, 시코구, 큐슈에 이은 일본제국의 다섯 번째 섬이라고 설파했다.

1910년 한·일 합방이후 일본과 조선은 조상이 같다는 ‘일선동조론’을 조작하고 1931년 만주를 일본 괴뢰국으로 만들자 만주와 조선은 한 혈통이라는 만선일가론(滿鮮一家論)을 만들어내었다.

동시에 북만주 지역의 몽골족에게는 일본족과 몽골족은 같은 대 몽골리안이니 조선, 만주, 몽골 셋이 합쳐 중국대륙에 한족에 복수하자는 '대몽골족 vs 한족론'을 변조해냈다.

어디 이뿐인가? 1942년 일제는 저 멀리 미얀마를 점령하자 미얀마어와 일본어는 같은 우랄알타이어계이니 어계가 같으면 민족도 같은 거나 마찬가지인 팔굉일우 대동아민족론을 날조해내었다.

이처럼 일제가 동아시아를 식민통치 또는 점령지배하면서 일본인과 피지배민족이 같은 조상론 즉 동조론(同祖論)이라는 궁상맞은 궤변론을 내세울 수밖에 없게 된 근본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한 마디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정당성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제는 서양의 선배 제국주의 국가들이 내건 자유·평등·박애의 기독교 정신을 내세울 수 없었다.

그래서 부득불 고안해 낸 게 일본과 중국 본토를 제외한 중국 주변 국가들의 민족의 조상은 일본민족과 조상이 같다는 동조론이다. 즉, 일본내지 국민과 식민지 국민들이 함께 국민 통합하여 중국의 지배(사실 중국의 지배는 명목상 지배)로부터 해방되는 대동아공영권을 이룩하자는 거였다. (계속···)


◆◇◆◇◆◇◆◇각주
(1)*기전체로 서술된 특정 부류의 기록은 협의의 정사다. , 그 외의 국가 주도로 편찬된 관찬사서는 광의의 정사 또는 준정사(準正史)로 분류한다. (고려사와 삼국사기는 正史, 고려사절요와 조선왕조실록은 準정사)

(2)*桂延寿編(編)、鹿島曻訳、1982、『桓檀古記 シルクロード興亡史』、歴史と現代社

(3)*팔굉일우(八紘一宇)는 일본의 천황제 파시즘의 핵심 사상으로, 태평양 전쟁 시기에 접어든 일본 제국이 세계 정복을 위한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세운 구호로, "전 세계가 하나의 집"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다시말해 "세계만방이 모두 천황의 지배 하에 있다"는 이념이다. 이것은 황국사관의 근본사상이다. "팔굉일우"는 고노에 후미마로 총리가 1940년 시정 방침 연설에서 "황국(일본 제국)의 국시는 팔굉을 일우하는 국가의 정신에 근거한다."고 말한 데서 유래되었다. 여기서 팔굉(八紘)은 전 세계를, 일우(一宇)는 하나의 집, 즉 세계 정복을 의미하며, 이는 일본 천황을 위한 세계 정복을 의미한다. 『환단고기』는 팔굉일우에서의 일본천황을 단군조선으로 살짝 변조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1개의 댓글
0 / 300
  • 환단고기가 신뢰하기 힘든 사서임은 맞습니다. 다만 저 이이화란 사람은 그가 쓴 한국사 이야기라는 책을 볼 때 식민사관을 추종하는 늙은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셨으면 합니다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1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