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이달 말께 26번째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은 '백약이 무효'하다.
수요억제책으로는 내놓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약발'이 전혀 듣지않는 지금의 대책으로는 절대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요자들이 원하는 서울에 대규모 공급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요분산을 위해 서울에 투입할 재원을 또 다시 도심 밖에 쏟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1980년대는 유례없는 집값 급등기였다. 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3저 호황'으로 유동성은 크게 늘었지만 주택보급률은 60%대에 머물러 주택수요가 폭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1988년 18.5%, 1989년 18.8% 상승했고, 1990년에는 37.6%까지 급등했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서울의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집값 안정과 주택난 해결을 위해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20~25㎞권에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일산·분당·평촌 등 5곳이 신도시 입지로 정해졌고, 이곳에 총 117만명이 거주하는 29만2000가구의 대단위 주거타운이 탄생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991년 서울 아파트값은 4.5% 떨어졌고 1992년과 1993년에도 각각 4.3%, 2.8% 하락했다.
200만 가구 공세 이후 집값은 10년 동안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은 개발도상국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집값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서울 중심의 집값 과열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신도시 개발'이라는 강공책을 꺼내들었다. 신도시급 택지를 더는 조성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정책 기조를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남양주 왕숙과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과천 과천, 고양 창릉지구의 택지를 조성해 2023년부터 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속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그간 강조해온 후분양 방식과는 다른 사전청약을 올 7월부터 시작한다. 수요 분산을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도시 개발 방안이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황관석 부연구위원은 "수도권과 서울의 주택공급은 향후 2022년까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나, 중장기적(2023~2027년)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도권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택지의 안정적 공급을 통한 공공부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3기 신도시가 1기 신도시만큼의 효과를 보일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 집중된 물량만으로는 서울 수요 분산이 힘들기 때문이다. 올해 진행되는 사전청약에서 서울은 노량진역 인근과 남태령 군부지 정도에 그치는데 물량을 다 합해도 500가구에 불과하다.
하남과 과천 등 인기 지역도 사전청약에는 포함되지만, 서울 수요를 분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신규 신도시 내 주택 공급이 최소 5년, 입주까지 7년 이상 걸린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사전예약으로 공급한 단지들 중 모집공고에 안내한 일정보다 길게는 7년 가까이 본청약이 늦어진 경우도 있었다.
하남 감일 지역이 대표적이다.
B3·4블록의 경우 2010년 사전예약 후 2013년 5월 본청약이 본래 계획이었지만, 이보다 5년 7개월 늦은 2018년 12월에서야 본청약을 받았다. 입주는 지난해 10월 이뤄져 사전예약 후 입주까지 1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 대비 30% 이상 저렴할 것으로 예상돼 청약 대기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무작정 과거의 사례를 대입시켜 3기 신도시도 성공할 것이라고 예단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