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0월 유신 이후 첫 대학 공안사건 '고려대학교 NH회' 사건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이 재심에서 연달아 무죄 판결을 받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내란선동 등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은 윤경노씨(68)와 박세희씨(69)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는 강제 연행돼 1973년 4월 24일부터 11일간 불법구금 상태로, 박씨도 그해 5월 15일부터 6일 동안 영장 없이 체포돼 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았다.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73년 11월 1일 이들 혐의 모두를 유죄로 보고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자격정지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항소를 제기했고 이듬해인 1974년 2월 서울고등법원은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6개월을 내렸다. 대법원은 같은 해 6월 형을 확정했다.
이들은 내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NH회를 결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내란을 음모하거나 NH회 구성원과 회합하는 등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재심 재판부는 NH회가 구체적인 조직체계가 없었고, 공소사실처럼 국가에 변란을 일으키는 등 내란 음모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봤다. 새로운 형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것만으로는 공산계열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단체라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이 반국가단체인 NH회를 구성했다거나 내란을 음모했고, 공산계열 노선에 따른 반국가단체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NH사건으로 억울한 누명을 썼던 사람들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함씨는 지난 2013년 12월 재심을 청구했고, 수사 과정에서 불법체포·가혹행위가 인정돼 무죄가 확정됐다.
사건에 연루된 정진영씨와 노중선씨 역시 최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40여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노씨는 당시 고려대 부설 고대노동문제연구소에서 일하던 중 고려대 학생들 탄광 현장실습을 도왔다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 이후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