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 대한 결정서를 ‘다음 대회’에서 심의해 채택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제8차 당 대회 5일 차 회의 내용을 전하면서 “첫째 의정에 대한 결정을 새로 선거되는 제8기 당 중앙지도기관이 결정서 초안작성위원회를 구성하고, 부분별 협의회들에서 창발적이며 건설적인 의견들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심의해 채택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제8차 당 대회의 첫 번째 의정은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이다.
통상적으로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의 기본적인 역할은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하고, 다음 당 대회까지 국정운영의 기본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한 결정서 채택이 핵심이다.
제7차 당 대회 결정서에는 경제건설과 핵무기 건설을 함께 추진한다는 ‘핵·경제 병진노선’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등의 내용이 담겨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날 5일 차 회의에서 당 규약 개정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 관한 결정서 채택은 진행하면서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결정서 채택을 ‘다음 대회’로 연기한 것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현재의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특정한 방향으로 다음 행보를 결정하는 것에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결정서 채택이 5년 뒤에 열릴 예정인 제9차 당 대회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정서 채택’이 당 대회의 핵심인 만큼 제9차 당 대회가 아닌 대회 6일 차인 이날 진행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 대회의 꽃은 향후 5년의 당 국가사업과 청사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재정계획과 청사진을 총괄하는 중앙지도기관 선거”라며 제9차 당 대회에서의 결정서 채택 주장에 선을 그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제8차 당 대회 총화 결정보고서는 오늘(10일)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결정서가 공식 채택돼야 법적 효력을 갖게 되고 이에 기초해 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본격적인 이행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결정서 채택이 이뤄져야 이달 말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법적 예산 조직적 뒷받침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이번) 당 대회는 5년 만에 열린 최고의결기구”라면서 “그런데 결정서가 없다면 말이 안 된다. 그랬던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그 중요한 일(결정서 채택)을 왜 다음 당 대회로 미루겠느냐”고 반문하며 “신속성과 탄력성을 강조한 이번 당 대회 특성을 보더라고 제9차 당 대회 운운은 뭔가 어색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내일(11일) 노동신문을 보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판단하기 어려운 걸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꼬집었다.
정성장 미국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보도를 인용해 결정서 심의·채택 시기를 국문판에서는 ‘다음 대회’, 영문판에서는 ‘at the next congress’로 표현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오력을 한 것이 아니라면 다음 대회, 즉 제9차 대회에서 채택하는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대회는 계속된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 문맥 흐름 상 다음 대회는 6일차 대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다음 대회’가 제9차 당 대회라는 해석에 반박했다.
한편 이날 정오 현재 중앙통신 사이트에 게시된 기사에는 ‘다음 대회에서’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기사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보도에서도 리춘희 아나운서가 “의견들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심의하여"라고 띄어 읽었다. 제8차 당 대회 기간에 결정서가 채택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