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폭력 선동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미국에서 지난 6일 수요일 벌어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점거 및 폭력 사태 이후 추가로 폭력사태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CNBC는 8일(현지시간) 트위터가 무장시위 공모 움직임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폭력사태를 조장할 위험 때문에 그의 개인 계정(@realDonaldTrump)을 정지시켰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트위터 본사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시키기로 결정한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트위터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지지자들의 당시 폭력행위와 오는 17일 미국 의회 건물 습격을 포함한 미래의 무장시위 계획을 독려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성한 메시지(트윗)과 관련된 맥락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폭력 선동을 조장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정지시켰다"며 "우리는 지난 수요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적인 트위터 규칙 위반이 잠재적으로 이런 행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미국 대통령의 공식 트위터 계정(@POTUS)을 사용해 소통할 수 있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이 삭제되자 곧바로 대통령 공식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계정을 통해 "트위터가 표현의자유를 금지하고 있다"며 "트위터가 민주당, 급진 좌파와 결탁해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내 계정을 없애 나를 침묵하게 했다"는 주장을 담은 메시지를 작성했는데, 이는 거의 게재되자마자 삭제됐다.
CNBC는 트위터의 트럼프 대통령 개인 계정 삭제 조치에 대해 "트위터가 대통령이라는 트럼프의 지위에 저항하는 행보"라며 "트럼프는 조만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없으면 덜 제한적인 플랫폼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지만 그의 메시지는 훨씬 더 적은 수의 팔로어에게만 직접 전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로 소통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로, 그는 주로 대통령 공식 계정을 썼고 트럼프만큼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트위터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개인 계정을 적극 활용했다. 그는 개인 계정으로 지지자를 결집시킬뿐아니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행정부 인사 내용까지 내보낸 적이 있다.
트위터는 여타 인터넷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이 게재하는 정보를 관리하는 콘텐츠 검수 정책을 갖고 있다. 심각한 유해 정보나 타인을 공격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메시지를 걸러내기 위한 기준이다. 트위터는 이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용자들의 신고에 따라 개별 메시지를 삭제 조치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계정을 정지시킬 수 있다.
하지만 CNBC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적 인물의 메시지에 대해서는 일반 이용자에 비해 완화된 규정을 적용해 왔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담은 메시지에 대해서도 즉각 삭제나 차단하는 게 아니라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는 식의 표시와 함께 노출되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 이번주 미국 의회 폭력사태가 불거졌고, 이참에 많은 트럼프의 정치적 반대파의 오랜 요구대로 그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트위터는 또 "우리의 공익 프레임워크(public interest framework)는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에) 공개적으로 책임질 권리를 갖는다는 원칙에 기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지난 몇년간 이런 계정이 전적으로 우리 규칙을 따르는 건 아니며 이들이 폭력을 선동하기 위해 트위터를 사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가 트럼프의 개인 계정을 정지시킨 결정은 그와 유사한 페이스북의 조치 직후 내려졌다. 앞서 페이스북은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24시간동안 정지시키겠다고 결정했는데 이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이 조치를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시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미국에서 트럼프 지지자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선거 승리를 확정하기 위해 의원들이 의사당에 모여 있었는데,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난입해 폭력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 트럼프 지지자들은 백악관 인근 공원 시위에서 차분히 집회를 진행하다가 오후 상하원 회의가 진행되자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으로 달려갔다.
시위대는 의사당 외벽을 타고 유리창을 깬 뒤 그대로 의사당 내부까지 진입해 시위를 이어갔다. 의사당 내부를 돌아다니며 이를 생중계하고 사진을 찍었다. 공개된 사진·영상을 보면 이들은 진입부터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의사당 건물과 그 일대의 보호 임무를 맡은 2000명 가량의 경호원들이 소속된 미국 의회 경호실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시위대는 상원의장석을 점거하고 "우리가 이겼다"고 고함을 질렀고 하원 회의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동안 경호인력이 문을 막고 권총을 겨누며 대치하기도 했다. 이후 곳곳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해 부상을 입었고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한 최루가스가 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뒤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발언을 담은 1분 가량의 영상 메시지를 게재해 시위대의 귀가를 촉구했다.